"매년 150만 사망 결핵, 숙주의 철분 빼내는 거 막으면 잡힌다"

입력 2020-04-02 17:02   수정 2020-04-02 17:11

"매년 150만 사망 결핵, 숙주의 철분 빼내는 거 막으면 잡힌다"
결핵균 내막 단백질, 숙주 세포에서 탈취한 철분 운반에 관여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일반적으로 폐에 감염하는 결핵균(MTB)은 우리 몸 안의 가장 파괴적인 병원체 가운데 하나다.
산소를 좋아하는 결핵균은 대략 16~20시간 주기로 분열해 증식 속도가 느린 편이나, 공기를 통해 옮겨져 전염성은 매우 높다.
예방접종의 보급으로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결핵은 여전히 위험한 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15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현재 약 3만 명이 결핵에 걸려 2천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한국의 결핵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최근에는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결핵균이 늘어나 특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위협적인 결핵균이, 숙주 세포로부터 생존에 꼭 필요한 철분을 빼내오는 메커니즘을 스위스 취리히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철분 탈취 경로를 차단하면 결핵균은 감염 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리히대 의학 미생물학 연구소의 마르쿠스 제거 교수팀은 2일 관련 논문을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하고, 온라인(www.eurekalert.org)에도 논문 개요를 공개했다.





병원균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철분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무기물이다.
결핵균 같은 병원체가 침입하면 인체는 철분 농축을 최소화해 침입자를 철분 결핍의 곤경으로 몰아넣는다.
결핵균은 인체의 이런 책략에 맞서 미코박틴(mycobactin)이란 물질을 분비한다.
'유리철(free iron)'에 잘 달라붙는 미코박틴은 숙주 세포로부터 철분을 빼내 박테리아로 운반하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게 IrtAB라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극저온 전자현미경과 엑스레이 결정학 기술을 결합해, IrtAB 단백질의 상세한 고해상 구조를 처음으로 해독했다.
제거 교수는 "박테리아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 운반 단백질이 결핍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결핵균은 인체의 세포에서 증식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공간 구조상 IrtAB 단백질은, 통상적으로 박테리아 세포의 분자 유출에 관여하는 일명 'ABC 수송체'에 속했다.
그런데 IrtAB는 반대 방향인 박테리아의 안으로, 철분을 결박한 미코박틴을 운반한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IrtAB는 또한 박테리아 안으로 들어간 미코박틴에서 철분을 분리하는 작용도 했다. 이렇게 철분을 떼어낸 미코박틴은 동일한 순환 회로에 재활용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발견을 토대로 IrtAB를 억제하는 결핵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IrtAB를 제거하면 결핵균이 비활성 상태에 빠져 감염 능력을 상실한다는 게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주로 폐에 감염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연관성에도 주목한다.
제거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폐가 약해진 환자는 다시 결핵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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