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 신화, 신기루로 끝나나

입력 2020-04-03 11:52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 신화, 신기루로 끝나나
3천억원대 부정회계로 신뢰 치명타…미국 집단소송으로 파산 가능성
공유자전거 오포 이어 수익 외면 몸집 부풀리기 모델 또 '참사'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중국판 스타벅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타트업'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낸 중국 루이싱(瑞幸·Luckin) 커피에 붙던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세계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으며 거액의 투자금을 확보해 공격적인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던 루이싱커피가 충격적인 회계 부정 사건을 일으켜 한순간에 몰락 위기에 처했다.
단 하룻밤 사이 6조원대 시총이 증발했다. 루이싱커피의 성공 신화는 결국에는 신기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루이싱커피는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회계 부정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개장 전 주가가 85%까지 폭락하면서 2019년 사업보고서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루이싱커피는 작년 2∼4분기 매출액 규모가 22억 위안(약 3천800억원) 부풀려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류젠(劉劍)과 일부 직원들의 주도로 가장 거래를 만드는 방법으로 매출 부풀리기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루이싱커피는 독립 이사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며 류젠 등 문제 임직원들을 해고했고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작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나온 세 차례의 분기 실적 발표 내용도 모두 무효화하고 차후 실제 회계 상황을 반영한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부풀려진 매출은 루이싱커피의 연간 매출 규모에 비춰볼 때 상당히 큰 규모다.
루이싱커피가 앞서 공개한 작년 1∼3분기 매출액은 29억2천900억위안이다.
회계 부정 사건으로 작년 4분기 실적 공개가 미뤄진 가운데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때 루이싱은 4분기 매출액을 21∼22억위안으로 추산했다.
대략 루이싱의 작년 추정 매출액 가운데 40% 가까이가 부풀려진 허위 매출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촉망받는 차세대 중국 기업으로 손꼽히는 루이싱의 악질적인 회계 부정 사건에 충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판 엔론 사건'이라는 수식어도 붙였다.
심지어 루이싱 경영진이 가장 거래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부풀리고 실제로 집행하지 않은 광고비, 운영비 등 거액의 자금을 외부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의 변호사 쉬펑(許峰)은 "핵심 데이터이고 금액이 이렇게나 큰데 어떻게 COO만 알고 있었겠느냐"며 '꼬리 자르기'를 의심했다.

루이싱은 사업 초기부터 미국 펀드사 블랙록 등 중국 안팎 기관의 대형 투자를 유치했다.
또 작년 5월에는 미국 나스닥에도 화려하게 상장해 이번 회계 부정 사건 때문에 수많은 기관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루이싱커피 주가는 전날 26.2달러에서 75.57% 폭락한 6.4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룻밤 사이 49억7천만 달러(약 6조1천억원)의 시총이 사라졌다.
기업 신뢰에 치명적인 대형 회계 부정 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루이싱커피의 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 매체 신랑재경은 복수의 전문가들은 인용해 루이싱커피가 미국에서 집단 손배소에 휘말리면서 결국 파산의 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지난 1월 31일 미국의 투자조사 기관인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루이싱커피의 89쪽짜리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이 회사가 일일 상품 판매량, 일일 평균 판매가, 광고 지출 등 영업 데이터를 확대 계상해왔다고 폭로했다.
루이싱커피 주가가 일시적으로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지만 루이싱이 자사 매장의 영업 데이터가 제삼자 기관의 참여하에 실시간으로 집계돼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가는 다시 회복되고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그러나 이번 회계 부정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외면한 루이싱커피의 '출혈성' 몸집 부풀리기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17년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루이싱커피는 중국 안팎에서 대형 투자를 유치하면서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사업 전략으로 주목을 받았다.
루이싱커피는 자금을 쏟아부어 신규 직영 점포를 확대하고 마케팅용 '공짜·할인 쿠폰'을 고객들에게 살포하면서 중국 내 매장 수를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규모로 확대했다.
스타벅스보다 비싼 원두를 쓰는 대신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고 주장하면서 고급 커피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 매장에서도 현금 거래를 완전히 없애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매장과 배달 주문을 받는 등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루이싱커피의 파상적인 사업 확장은 스타벅스도 긴장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루이싱커피의 공세 속에서 매장 중심 운영 원칙을 고수하던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에서 배달 영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 모델이 지속하는 한 몸집이 커질수록 '출혈'은 더욱 커졌다.
2018년 루이싱커피는 16억1천900만 위안(약 2천8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9천만잔의 커피를 팔았는데 커피 한 잔을 팔 때마다 평균 18위안(약 3천100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회계 부정의 여파로 2019년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았고, 앞선 1∼3분기 실적 발표 내용이 모두 무효로 되어 작년 손실 규모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회계 부정 사건이 루이싱커피를 몰락시키는 데 직격탄이 됐지만 중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만연한 수익성을 도외시한 몸집 부풀리기 전략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최대 공유 자전거 업체이던 오포(ofo) 역시 수익성을 등한시하고 중국 전역에서 몸집 부풀리기에만 골몰하다가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다.

과거 중국 전역에서 이 회사에 예치한 보증금을 떼인 이들만 1천만명이 넘는다. 평소 공유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기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시장의 거품 속에서 손쉽게 대형 투자를 유치해 방대한 중국 시장을 등에 업고 보조금을 살포하면서 이용자 수를 '임계점' 이상으로만 불려 놓으면 회사 가치가 급등하는 '마법'이 통하던 시절이 중국에서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촉망받던 대표적 중국 기업이던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 사건이 시장이 큰 충격을 주면서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제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향후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 가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둬둬를 비롯한 중국의 유명 기업들은 모두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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