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 열자 노인들 우르르…봉쇄령 무색해진 아르헨티나

입력 2020-04-04 07:34  

은행 문 열자 노인들 우르르…봉쇄령 무색해진 아르헨티나
봉쇄령 20일 만에 은행업무 시작하자 연금 수급자들 한꺼번에 몰려
"돈 못 찾으면 음식·약 못 사"…몇 시간씩 기다린 노인 실신하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전 국민 강제격리령으로 한산했던 아르헨티나 거리가 3일(현지시간) 곳곳에서 인파로 북적였다.
보름 만에 은행이 문을 열자 연금을 찾으러 온 노인들이었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곳곳의 은행 앞에 연금을 인출하려는 노인들이 수백 미터씩 줄을 섰다.
마스크를 쓴 노인들도 일부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온데간데없이 서로 바짝 붙어 길게 늘어섰다.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노인들이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0일을 기해 봉쇄령을 내렸다. 생필품과 의약품 구매를 위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것 외에는 전 국민이 집에 머물러야 한다.
은행도 문을 닫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ATM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현금카드가 없거나, 있어도 ATM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 또는 카드에 문제가 생긴 경우엔 돈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ATM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창구 업무에 의존해온 고령의 연금 생활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민원이 빗발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3일 처음으로 은행 문을 열기로 했다.
창구 업무가 필요한 연금 생활자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등만 은행 외출을 허용했다.
현금 없이 지내야 했던 사람들은 한꺼번에 은행에 몰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은행 앞에서 밤을 보낸 사람도 있었고, 여러 시간 서서 기다린 노인 일부는 실신하기도 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전했다.
코로나19 감염도 걱정이지만, 연금 없이는 생계가 힘든 노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금카드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아 며칠 동안 돈을 찾지 못했다는 아르만도 레가(88)는 은행에 가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피자를 배달하던 그의 손자도 봉쇄령으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이들은 지난 며칠간 길에서 음식을 구걸하기까지 해야 했다고 라나시온은 전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악스트(70)는 로이터에 "어쩌겠는가? 돈을 안 찾으면 약을 살 수가 없다. 이게 우리 처지"라고 말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막지 못한 정부에 비판도 쏟아졌다.
야권 정치인인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치안장관은 트위터에 "노인들을 10블록 넘게 줄 세우는 건 감염병에서 그들을 전혀 보호해주지 않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향해 "이 광기를 멈추고 이들을 집에 돌려보내라"고 말했다.
혼란이 연출되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오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은행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볼리비아에서도 코로나19 긴급 지원금 배부 첫날인 이날 은행 앞에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노인들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간격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간격 유지가 쉽지는 않았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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