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외교' 역풍…유럽 정치권에 반중정서 확산"

입력 2020-04-22 16:38   수정 2020-04-22 18:11

"중국 '코로나 외교' 역풍…유럽 정치권에 반중정서 확산"
"中, 지원에 찬사표명 강제하고 체제 선전전 벌이다 반감 초래"
정계 "중국, 유럽 잃었다"…블룸버그 "리더될 기회에 신뢰 상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중국이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해 유럽 국가들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19가 유럽 주요국에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최근 들어 중국을 향한 반감과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유럽 외교가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유럽의회에서 중국관계 대표단을 이끄는 독일 녹색당의 라인하트 뷔티코퍼 의원은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이 유럽을 잃었다"라고까지 말했다.
뷔티코퍼 의원은 중국의 발병 초기단계를 둘러싼 은폐 의혹, 극도로 공격적인 중국 외교부의 태도,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옹호하는 강경한 선전 등이 전반적으로 우려를 일으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 관계의 이 같은 붕괴는 특정 사건이 아닌 중국의 '태도' 때문이라며 "중국은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뭘 시키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이어 유럽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한 몇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당시 중국은 코로나19에 대처한 노하우를 인터넷 세미나를 통해 공유하고 유럽에서 가장 피하기 심한 국가들에 보호장구, 진단키트, 산소호흡기 등 의료장비를 항공기로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쌍방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던 기회는 중국의 일방적인 외교전략 때문에 단시간에 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관측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유화적 어조를 유지하면서 뒤로는 유럽 국가들의 체제를 깎아내리는 데 열을 올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람들의 생명이 위험할 때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서로 다른 사회체계나 모델의 이점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의 웹사이트에는 프랑스 요양원이 코로나19 사태에서 고령자들을 죽도록 방치한다는 허위사실이 게재됐다.

중국은 물품을 지원할 때 감사와 찬사를 공개 표명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또한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선의를 의심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르그 우트케 중국 내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소장은 "중국에 관한 한 지금 유럽 내 분위기는 극도로 나쁘다"고 상황을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입증할 적기에 코로나19 위기를 잘못 이용해 오히려 신뢰를 깎아 먹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정치인들은 중국의 태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사실 자체가 향후 중국에 대한 정책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도 있다고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공공연하게 중국을 비방해왔으나 유럽은 중국의 보복을 의식한 까닭에 말 자체를 삼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EU 일부 회원국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자산에 대한 중국의 약탈적 투자를 견제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글로벌 교역로를 넓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항만과 같은 세계 각국의 전략시설을 확보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핵심 제조업들의 세계무대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한다는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도 운용하고 있다.
서방에서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를 다른 나라의 국부를 빼돌리고 첨단기술을 탈취하려는 계획으로 의심하는 시각도 종종 목격된다.
유럽 주요국들이 중국 견제 정책을 집행하면 작년에 7천500억 달러(약 925조원)에 달한 쌍방의 교역량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통상장관들은 지난 16일 회의에서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개별 국가에 대한 공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역을 다변화할 중요성에 공감했다.


중국에 대한 유럽의 반감이 당장 중국의 간판 다국적기업인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내다봤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지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까닭에 화웨이를 받아들이면 나중에 몰래 이식된 장치로 기밀이 유출된다며 화웨이를 전면 배척할 것을 유럽 동맹국들에 촉구하고 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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