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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빈민가에 내걸린 빨간 천…"먹을 게 없다" 절박한 외침

입력 2020-04-23 01:10  

콜롬비아 빈민가에 내걸린 빨간 천…"먹을 게 없다" 절박한 외침
오랜 코로나19 격리로 빈민 생활고 극심해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오랜 격리 조치로 콜롬비아 빈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지고 있다.
일을 하지 못해 먹을 게 떨어진 빈민들은 창문에 빨간 천을 내걸거나 거리로 나와 냄비를 두드리며 정부의 무관심에 항의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EFE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선 수백만 명이 매일 식량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들의 분노는 점거 시위나 약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도 보고타를 비롯한 콜롬비아 곳곳의 빈민가에선 창가에서 빨간 천을 흔들거나 창문에 천을 내건 집들이 늘고 있다.
BBC 스페인어판에 따르면 이 빨간 천은 보고타 외곽 빈민 지역 소아차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국이 격리 조치로 생계가 곤란해진 가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빨간 천을 내걸도록 한 게 시작이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인 셈인데, 당국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어려운 이웃들의 사정을 알고 도와주곤 했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강제 격리조치가 한 달이 다 돼가면서 위기에 놓인 가정도 늘어났고, 빨간 천은 단순한 도움 요청 신호에서 시위의 수단으로도 바뀌었다.
콜롬비아 문화역사학자인 마르코스 곤살레스는 BBC에 "빨간 천이 '와서 나를 도와달라'는 외침에서 시위의 상징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콜롬비아 거리를 달궜던 냄비 시위 '카세롤라소'(Cacerolazo)도 다시 등장했다.
텅 빈 냄비만큼 내 배도 비었다는 함의를 담은 냄비 시위는 지난해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에 항의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에서 자주 등장했는데, 기약 없는 정부 지원에 항의하는 빈민들이 다시 냄비를 두드리고 있다.
보고타의 빈민 거주지인 시우다드 볼리바르 주민 산드라 우르타도는 EFE에 "모두 삐쩍 말랐다. 걸을 힘도 없다. 바이러스가 아닌 배고픔으로 죽을 것"이라며 "약속한 지원은 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지친 서민들은 더 거친 시위에 나서기도 한다.
시우다드 볼리바르에선 수십 명이 구청을 점거하고 당국의 지원을 촉구했으며, 곳곳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나 상점 약탈도 벌어졌다고 EFE는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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