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애써 깎아내린 '한국산 진단키트'…州정부 앞다퉈 러브콜

입력 2020-04-24 01:41   수정 2020-04-24 18:00

트럼프 애써 깎아내린 '한국산 진단키트'…州정부 앞다퉈 러브콜
메릴랜드·콜로라도 잇단 공수…뉴욕주지사 딸 "아빠는 왜 생각못했나" 돌직구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비상이 걸린 미국 지방정부들이 한국산 진단키트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칫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퇴색시킬까 우려하는 표정이지만, 당장 진단키트 확보가 다급한 주 정부들은 발 빠르게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메릴랜드주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주말인 지난 18일(현지시간)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사위' 래리 호건(공화) 주지사, 한국계인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직접 공항에 나가 진단키트를 맞았다.
50만회 진단이 가능한 분량으로, 지금까지 검사 건수가 7만회 정도인 메릴랜드주로서는 진단 역량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호건 주지사는 20일 브리핑에서 회견장에 참석한 주미 한국대사관 홍석인 공공외교공사를 향해 몸을 돌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번 주말에는 콜로라도주에 한국산 진단키트가 도착한다.
재러드 폴리스(민주) 주지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말 약 15만회 검사를 할 수 있는 한국산 진단장비가 도착하고, 다음 달 중순까지 15만회 분이 추가로 들어온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히는 코리 가드너(공화) 연방상원의원이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동아태 소위원회를 이끄는 가드너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나는 우리의 지속적인 우정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가드너 의원은 '같이 갑시다'를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 표기로 적은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코로나19 진앙'인 뉴욕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앤드루 쿠오모(민주) 주지사가 농담조로 지나가듯 딸들과 나눈 대화를 소개한 대목에서도 진단키트 확보의 다급함이 묻어났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 21일 회견에서 "그는 정말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했다"면서 한국산 진단키트를 확보한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딸들과 함께 저녁 뉴스를 보다가 메릴랜드가 한국산 키트를 들여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딸이 저를 돌아보며 '왜 메릴랜드처럼 한국으로부터 진단 키트를 사지 않았냐'고 물어왔는데, 볼 면목이 없었다. 주지사로서 정말 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딸은 "왜 아빠는 저런 생각을 못 했어요?"라고 돌직구를 던졌다고도 쿠오모 주지사는 덧붙였다.



지방 정부들의 이런 움직임은 연방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너무 시급하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공화·민주 소속 정당을 떠나 메릴랜드, 콜로라도, 뉴욕주에서 한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기류와 맞닿아있다.
당장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역할론'을 부각하면서 한국산 진단키트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표정이지만, 지방정부의 관점은 전혀 다르다는 의미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의 검사능력을 한껏 강조하면서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한 기자가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향해 "충분한 검사가 가능한데 메릴랜드 주지사는 왜 한국에서 키트를 가져왔느냐"고 질문하자, 지로어 차관보는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는) 매일 초과 검사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호건 주지사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더라면 검사키트 확보에 필요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기자가 "호건 주지사가 한국과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그가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그가 약간의 지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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