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로나 지원금, 불법이민자랑 결혼한 사람 제외 논란

입력 2020-04-29 10:36  

미 코로나 지원금, 불법이민자랑 결혼한 사람 제외 논란
ITIN 사용자와 공동으로 세금 신고했다면 배우자인 미국인도 지원대상서 제외
뉴욕·일리노이주 연방법원에 관련 소송 제기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돕기 위해 1인당 최대 1천200달러(약 146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가운데 불법 이민자와 결혼한 일부 국민을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의회는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경기 부양책을 제정할 때 '개인 납세자 식별번호'(ITIN) 사용자와 공동으로 세금을 신고했을 경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국세청이 주는 ITIN은 일반적으로 미국 주민등록번호 격인 '사회보장번호'(SSN)가 없는 외국인이나 미국 내 합법적 지위가 없는 '서류 없는 이민자'가 주로 사용한다. 일부 불법 체류자는 ITIN을 받아 정상적으로 소득세를 내고, 은행 계좌를 여는 등에 이를 이용한다.
문제는 이 조항으로 인해 불법 이민자와 결혼한 사람 중 배우자의 세금을 함께 신고했을 경우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NYT는 의회에서 이 법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을 때는 이 조항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례에 해당해 정부 지원금을 한푼도 못받았다는 조니 아레나스 씨는 "집 월세를 내고 나면 채소를 살 돈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페이스북의 커뮤니티에서 만난 미국인 남성과 결혼해 현재 시애틀에 거주하는 아레나스 씨는 멕시코에서 건너와 현재 미국에선 불법 이민 상태다.
미국인 남성과 결혼해 네 아이를 둔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인 루스 마리아 오르티즈 데풀리도 씨도 자신은 물론 남편과 아이들까지 자신들의 몫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나만 서류가 없을 뿐인데 모두를 벌하다니 가혹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불법이민자와 결혼한 미국인은 12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경기부양책 제정에 관여한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 재정위원장 측 대변인은 불법 체류자와 결혼했다고 해도 세금 신고를 따로따로 했다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불법 이민자인 배우자가 월급을 현금으로 받아 정작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국인 배우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와 반대로 비록 불법 이민자 신분이긴 하지만 그간 미국인 배우자를 통해 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납부했는데, 그로 인해 미국인 배우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사례들이 잇달으면서 더욱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논란은 법적 소송으로 이어져 지난주 뉴욕과 일리노이주 연방법원에 각각 이와 관련한 소송이 제기됐다.
일부 단체는 이처럼 정부의 안전망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불법 이민자와 이들의 배우자를 포함, 연방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뉴욕주의 취약계층을 위해 3천700만달러(약 450억 원)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민자 보호단체 '유나이티드 위 드림'는 이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온라인에서 지원 신청을 받았다.
300 가족에 각 400달러를 지원할 만큼의 자금을 모금했다는 이 단체는 접수 10분 만에 미 전역 30개 주에 걸쳐 1천300명이 신청해 바로 신청 마감을 해야했다고 밝혔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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