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년 전 '극한 오지' 월리시아 섬에 적응한 현생인류 조상

입력 2020-04-29 18:02  

약 2만년 전 '극한 오지' 월리시아 섬에 적응한 현생인류 조상
치아 화석 통해 '열대림 식단' 확인…멸종 사람속과 차이는 '환경 적응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인류의 조상들은 다른 사람속보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막과 고지대, 열대우림 등 다른 사람속은 범접 못 하던 극한 환경에서도 현생인류의 흔적이 발굴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런 환경 적응력은 현생인류의 앞선 기술력과 사회적 발달 등과 결합해 플라이토세 후기의 기후 변동을 극복하고 사람속 중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 대륙과 아시아 대륙 사이를 깊은 바닷물로 갈라놓은 월리시아(Wallacea) 일대의 섬들도 플라이토세 후기에 먹을 것이 없었던 극한 오지로 꼽히는데 이곳에서도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적응한 흔적이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역사과학 연구소(MPI SHH)에 따르면 이 연구소 고고학과 파트리크 로베르츠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월리시아 내 티모르와 알로르 섬에서 발굴된 치아에 대한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토대로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해안가뿐만 아니라 섬 안쪽의 열대림에서도 생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치아 에나멜(법랑질) 가루에 대한 안정 탄소 동위원소를 측정해 살아있을 때 섭취한 음식들을 분석해보니 해산물뿐만 아니라 섬 안쪽에서만 구할 수 있는 음식물로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호주 대륙으로 건너가는 과정에서 환경이 열악한 이 섬들에는 정착하지 않고 스쳐 지나가기만 했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것이다.
월리시아의 섬들은 플라이토세 후기에 동남아시아의 대륙과 연결된 적이 없어 바닷물을 건너야 닿을 수 있고, 섬 안쪽의 열대림은 당시 사람속이 의존했던 중·대형 포유류가 사는 사바나와는 많이 달라 극한 오지가 됐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서 월리시아의 섬들이 현생인류의 조상과 다른 사람속 간의 적응력 차이를 검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로 봤다.


월리시아 내 섬에서는 호빗족으로 알려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화석이 나오는 등 적어도 100만년 전에 사람속이 출현한 것으로 고고학적 증거가 발굴되고 있으며, 현생인류는 약 4만5천년 전에 도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팀은 약 4만2천년~1천년 전의 화석 26구에서 나온 치아를 분석대상으로 삼아있다.
치아 에나멜의 안정 탄소 동위원소를 측정해 장기적인 식단을 직접 분석하는 방식은 지난 50년 가까이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속을 대상으로 이용해 왔던 것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밖 사람속에 적용됐다.
그 결과, 티모르섬 아시타우 쿠루에서 발굴된 초기 현생인류 조상은 해산물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나 호주 대륙으로 이동해가는 과정에서 월리스 일대 섬의 해안가에 잠깐 머물렀을 것이라는 기존 가설과 부합했다.
그러나 약 2만년 전 치아에서는 식단이 내륙으로 이동한 흔적이 나타났다. 일부는 여전히 해안 거주지에서 생활했지만 대댜수가 작은 포유류와 열대림 식물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조개나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등 해안 자원은 1년 내내 구할 수 있고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인구가 늘면서 다른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섬 안 쪽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현생인류 조상이 월리시아의 도전적인 섬 환경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적응력에 대한 직접적인 통찰력을 제공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초원과 삼림지대가 열대림으로 바뀌면서 동남아시아에 있던 사람속의 다른 종은 멸절했지만 현생인류는 뛰어난 환경적응력으로 이를 극복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사람속의 종간 생태학적 차이를 확정적으로 검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적어도 플라이토세 후기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지구의 다양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것은 현생인류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은 관련 논문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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