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에 막힌 경제…伊총리 "재난지원금 지연 죄송" 공개사과

입력 2020-05-02 18:31  

관료주의에 막힌 경제…伊총리 "재난지원금 지연 죄송" 공개사과
주세페 콘테 총리 "시스템 복잡…최대한 빨리 지급하겠다" 약속
봉쇄 완화 속도 놓고 사면초가 몰린 연정…정치적 불확실성 증폭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의 나락에 빠진 이탈리아의 총리가 고질적인 '관료주의'로 재난지원금 지급이 지연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1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복잡한 지급 시스템으로 실업자와 영세 기업을 돕기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정부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원금이 최대한 빨리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서두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강도 봉쇄 조처로 생계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와 노동자, 영세·중소기업 등을 지원할 목적으로 250억유로(약 33조6천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승인한 바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재난지원금 성격이다.



하지만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도 약속된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정부는 봉쇄 조처로 일시적으로 일손을 놓은 소기업 노동자 생계 지원을 위해 33억유로(약 4조4천억원)를 할당했다.
지급 대상 규모는 230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지난달 27일 현재 실제 지원금을 수령한 사람은 2만9천여명에 불과하다.
중간 규모 및 대기업 노동자는 770만명 가운데 270만명이 지원을 받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는 4일부터 순차적으로 경제활동이 정상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은 악명 높은 관료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평소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 시스템이 사상 최악의 경제적 재난 상황 속에서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것이다.



콘테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두 달 넘게 지속하는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정권 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정치적 위기에 몰린 모양새다.
코로나19 인명 피해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더해 지난달 27일 발표한 단계적 봉쇄 완화 대책이 크게 미흡하다는 안팎의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탈리아의 경제 엔진을 다시 돌려야 한다면서 오는 4일 제조업·도매업·건설업 등이 활동을 재개하고 18일에는 일반 소매 상점, 내달 1일에는 음식점·술집·미용실 등이 다시 문을 여는 봉쇄 완화 시간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제·산업계와 야권은 완화 속도와 범위 모두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며 더 과감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극우 정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일각에서는 내각 불신임안을 상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19 경제 대책을 둘러싼 연립정부의 내분까지 더해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함께 연정의 한 축을 형성한 중도정당 '이탈리아 비바'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정부가 어려움에 빠진 서민경제를 부양하는데 무능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연정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중심이 된 이탈리아 비바가 이탈하면 연정의 의회 과반이 붕괴함과 동시에 내각 불신임안 통과 가능성이 커져 정치적 혼란이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0만7천428명으로 미국, 스페인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사망자 규모는 2만8천236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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