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광장 군사 퍼레이드 연기…모스크바 등 40여개 도시서 항공 퍼레이드만
'무명 용사 묘' 헌화 푸틴 "전염병 진정되면 기념행사 꼭 성대히 열 것"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김형우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인 러시아가 올해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1939~45년) 승전75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러시아는 해마다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무찌른 것을 기리는 승전 기념행사를 해왔다.
수도인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전몰 용사들을 기리는 대규모 거리행진인 '불멸의 연대'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탓에 붉은광장의 군사 퍼레이드 등 주요 기념행사들을 연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코로나19 확산의 위험 때문에 붉은광장에서 펼쳐졌던 군사 퍼레이드 등 대규모 승전기념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의 군용기 항공 퍼레이드와 축하 불꽃놀이는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지방 정부들은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게 승전기념일을 축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모스크바 시간) 2차 대전 전몰 용사들이 묻힌 크렘린궁 옆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하고 기념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대조국 전쟁'(러시아가 대독전을 이르는 명칭) 세대의 공헌과 희생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강조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붉은광장에서의 군사 퍼레이드와 불멸의 연대 행사 등을 반드시 성대하게 개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뒤이어 모스크바 상공에선 75대의 전투기·폭격기·헬기 등이 참여한 항공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퍼레이드에는 핵무기를 탑재하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와 첨단 공중 발사형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단검)을 탑재한 미그(MiG)-31K 전투기, 신형 5세대 수호이(Su)-57 전투기 등도 참여했다.
이날 항공 퍼레이드는 모스크바뿐 아니라 전국 47개 도시에서 597대의 군용기가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극동 연해주(州) 정부 공보실은 승전기념일을 맞이해 1945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렸던 첫 번째 승전 퍼레이드 모습을 TV 방송을 통해 내보냈다.
사하(야쿠티야)공화국과 자바이칼주(州)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쟁 당시 러시아의 주력 전차였던 'T-34' 탱크의 모형물이 세워지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우다 숨진 러시아 군인들의 모습이 블라디보스토크 도심 외벽에 벽화 형태로 새겨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의 주역을 나치 독일에 맞선 소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대독전 승리를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1945년 5월 8일 오후 10시 43분(중부유럽시간) 베를린 근교의 소련군 사령부에서 빌헬름 카이텔 독일군 총사령관이 소련군 총사령관 게오르기 쥬코프 앞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서명할 때가 모스크바 기준으로 9일 0시 43분이었고 이후 소련과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9일을 승전일로 정해 기념해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연기된 붉은광장 군사 퍼레이드 개최 일정과 관련,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2차 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쥬코프 원수의 지휘로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된 6월 24일이나, 태평양 전쟁 종전 기념일인 9월 3일에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승전 75주년이 되는 올해 행사에 러시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등의 외국 정상들을 초청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vodcas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