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삼킨 유럽 전승기념일…조용하고 차분한 추모로 대체

입력 2020-05-09 11:02  

코로나19가 삼킨 유럽 전승기념일…조용하고 차분한 추모로 대체
대규모 행사 취소하고 에어쇼·연설만…정부 행사서도 '거리 두기'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75년 전 참혹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5월 8일을 기념하는 유럽은 그 여느 때보다 차분했다.
전 세계적으로 27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고 있는 와중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와 이동제한령은 유럽 전승기념일을 대폭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규모 행진, 길거리 행사 등 많은 사람이 모일만한 행사는 미뤄지거나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고 AP, AFP통신 등이 전했다.
대신 각국 정상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오늘날 '전쟁'의 아픔이 주는 교훈을 마음에 되새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부친 조지 6세가 75년 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연설을 한 똑같은 시간에 사전 녹화한 대국민 메시지를 전파에 태웠다.
여왕은 "절대 포기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승기념일의 메시지"라며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했다.
연설이 끝나고 난 뒤에는 전쟁 기간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베라 린의 노래 '우린 다시 만날 거야'(We'll meet again)가 울려 퍼졌다.
코로나19 탓에 많은 행사가 취소됐지만, 영국 공군 곡예비행단이 런던 템스강 위를 비행하는 장면만큼은 시민들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봤다.



전국에 다소 엄격한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프랑스는 전례 없이 조용한 전승기념일을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에 있는 전직 대통령들과 무명용사비를 찾는 것으로 기념행사를 대체했다.
대규모 행사 개최가 불가능한 만큼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나치에 점령됐을 때 영국으로 후퇴해 전선을 유지한 자유프랑스군을 추모하는 국기 게양을 독려했다
다만, 참전용사나 시장이 요청할 때에는 지역기념관에서 소규모 행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독일에는 이날이 승리를 안긴 날은 아니지만, 나치로부터 해방을 가져준 날인만큼 종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차분하게 열렸다.
프랑크 발터-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은 베를린 전쟁희생자 추모관 노이에 바헤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1m 이상 널찍이 거리를 둔 채 헌화하고 묵념했으며 연설을 할 때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인들에게 오늘날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 "유럽인으로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며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유럽을 하나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5월 8일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가장 막대한 피해를 본 국가 중 하나인 폴란드는 복합적인 감정을 품은 채 이날을 기념했다.
전쟁 당시 나치에 점령당한 폴란드에서는 인구 3천500만명 중 60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중 절반이 유대인이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바르샤바 무명 용사 무덤에 헌화한 뒤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기념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9일 대대적인 전승 기념식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를 연기했다.
대신 항공기와 헬리콥터 600여대를 동원한 에어쇼가 47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앞서 모스크바에 안장한 무명용사 무덤에 헌화하고, TV로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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