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 대만 차이잉원 "일국양제 거부"…미국은 이례적 축하(종합3보)

입력 2020-05-20 22:50   수정 2020-05-21 00:02

집권 2기 대만 차이잉원 "일국양제 거부"…미국은 이례적 축하(종합3보)
폼페이오, 美국무장관 중 최초로 축하 성명…中 "분열 용납 못해" 강력 반발
2016년 취임 때와 달리 '92 공식' 언급 안 해 대중 강경 메시지
코로나19 방역 성공 토대로 '국제입지 확대·美 연대 강화' 의지도 피력



(타이베이·상하이·홍콩=연합뉴스) 차대운 안승섭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열어젖힌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0일 중국이 강요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천명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빈관 야외무대에서의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베이징 당국이 일국양제를 앞세워 대만을 왜소화함으로써 대만해협의 현 상태를 파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의 굳건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일국양제를 거부했지만, 중국과 대만이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안(중국과 대만) 대화 전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더욱 구체적인 공헌을 하겠다"며 "'평화·대등·민주·대화' 8개 글자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계속 중화민국 헌법을 바탕으로 양안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상태 유지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연설 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바다 건너편의 지도자'로 부르면서 함께 책임을 지고 양안 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차이 총통의 일국양제 부정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당장 중국 대만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일국양제 관철 의지를 강조하면서 "어떤 국가 분열 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 총통 역시 일상이 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비대칭 전력' 발전을 가속화하고 전시 동원 예비군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군함·항공기·우주 분야에 이르는 방위 산업 육성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차이 총통 지지 세력 중 강경파는 헌법을 고쳐 대만 독립을 실질적으로 선언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차이 총통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차이 총통 집권 2기 동안 헌법 수정 문제는 가뜩이나 악화한 양안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차이 총통의 이날 연설에서 이른바 '92공식'(九二共識·1992 컨센서스)이 언급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이는 대만과 중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면서 그 해석에서는 각자의 해석을 존중한다는 양안 관계의 기본 인식 틀이다.
차이 총통은 2016년 취임 연설에서는 "1992년 양안 회담의 역사적 사실을 존중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더욱 강경해진 대중국 정책을 예고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샤먼대학 대만연구원의 장원성(張文生) 부원장은 "앞으로 4년간 양안 간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차이잉원이 '중화민국대만'을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고) '양국(兩國)론'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일 대만 당국이 대만 독립 문제로 계속 도발한다면 양안 간 대립이 격화하고, 심지어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바탕으로 대만이 국제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는데, 이 역시 중국이 탐탁지 않게 여길 대목이다.
그는 "지난 1월 이후 대만은 민주 선거, 코로나19 방역 성과 두 가지로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민주주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선량한 힘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국제기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등 가치관을 함께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은 코로나19 방역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것을 기회로 삼아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재참여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재발견'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만 지지 움직임이 과거보다 한층 활발해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차이 총통의 취임식을 앞두고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등 41개 국가 92명의 주요 인사들이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전날 공식 성명을 내고 차이 총통의 집권 2기 시작을 축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차이 총통의 연설 전 폼페이오 장관의 축하 성명이 낭독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이끄는 차이 총통의 용기와 비전은 세계에 영감을 준다"며 "차이 총통 집권하 대만과의 동반자 관계가 계속 번성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는 "미국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의 취임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칭송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취임식에서는 대만의 15개 수교국과 한국, 일본, 영국, 독일 등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보낸 축하 메시지도 상영됐다.
영상 메시지의 마지막은 스틸웰 차관보,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이 장식했다.
이 가운데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중국어로 "세계는 대만에서 배울 것이 많다"며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칭송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의 생명을 정치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억압 대신 자유를 선택하도록 다른 나라와 WHO 같은 기구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며 중국과 WHO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연설에 앞서 차이 총통은 총통부에서 강당에 걸린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와 쑨원 초상화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두 번째 임기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대만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차이 총통은 역대 대만 총통 중 최고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신(新)대만 국책싱크탱크의 최근 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74.5%에 달했다. 전날까지 대만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440명, 사망자는 7명에 그쳤다.
대만에서는 12일째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외부 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대만 내부 신규 확진자는 37일째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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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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