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시행되면…"반중 인사 최장 30년 징역 처할 수도"

입력 2020-05-28 16:50   수정 2020-06-04 10:04

홍콩보안법 시행되면…"반중 인사 최장 30년 징역 처할 수도"
단순 시위 참여자까지 처벌 가능…홍콩시위 '탄압 도구' 우려
반중 후보 '피선거권 박탈' 우려도…9월 입법회 선거 영향 미칠 듯
초등부터 대학까지 전면적인 '국가안보 교육' 실시 전망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시킨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은 홍콩 내 민주화 운동과 시위 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법안으로 여겨진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제정되지 않았지만, 마카오의 선례를 따를 경우 반(反)중국 활동을 하는 인사에게 최장 30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위 단순 참여자마저 처벌할 수 있어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민주 인사가 홍콩 선거에 참여하는 것마저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콩 내 반중 사상을 뿌리 뽑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면적인 국가안보 교육도 할 것으로 보인다.



◇ 홍콩 내 中 정보기관, 반중 인사 검거…"단순 시위자도 처벌" 우려
이날 전인대가 통과시킨 홍콩보안법을 보면 국가를 분열시키고, 국가정권을 전복하고, 테러리즘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는 행위나 활동을 예방, 금지, 처벌해 중국 헌법과 홍콩의 헌정 질서를 지키도록 했다.
특히 제1조를 보면 홍콩 내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법률, 제도와 '집행기관'을 완비하도록 했다.
이는 중국 정보기관이 홍콩에 상주하면서 반중 활동을 하거나 외국과 연대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인사를 검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콩 내 친중파 진영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중국 중앙정부를 비판하면서 홍콩의 민주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요구해온 범민주 진영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 2009년부터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처벌 조항으로 최고 30년 징역형을 규정한 마카오의 선례를 따를 경우 홍콩 내 반중 인사가 장기 징역형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홍콩보안법이 금지한 이러한 행위는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시위대가 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홍콩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거나 바다에 버렸으며, 중국 국가 휘장도 훼손했다. 중국 본토 기업과 은행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고, 반중국 구호를 외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모든 행위가 강력하게 처벌된다.
무엇보다 홍콩보안법에는 시위 단순 참여자마저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다.
당초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소개된 홍콩보안법 초안은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를 예방, 금지,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이뤄진 수정안은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을 예방, 금지, 처벌한다'로 그 내용이 바뀌었다.
이 경우 홍콩 시위에서 반중국 '행위' 등을 한 사람뿐 아니라 시위 '활동'에 단순하게 참여한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게 돼, 홍콩보안법이 시행될 경우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홍콩 내에서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인사 선거 참여 막을 수도"…9월 입법회 선거 영향 미칠 듯
홍콩보안법 제정이 오는 9월 치러지는 홍콩 입법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둬 전체 18개 구 중 17개 구를 지배하게 됐다. 이번 입법회 선거에서도 범민주 진영이 승리를 거두면 친중파 진영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홍콩보안법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한다. 바로 민주 인사의 피선거권 박탈이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홍콩 선관위는 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은 지난해 구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으나, 홍콩 선관위는 그가 속한 데모시스토당의 '민주자결' 강령이 일국양제에 어긋난다며 그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데모시스토당은 올해 초 당 강령에서 '자결'을 삭제해 오는 9월 입법회 선거에 대비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 2조는 어떠한 외국 세력이 어떠한 방식으로도 홍콩 내정에 개입하거나 홍콩을 이용해 분열, 전복, 침투, 파괴하는 활동을 막고 처벌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조슈아 웡이 지난해 말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에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 통과를 호소한 행동은 바로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조슈아 웡뿐 아니라 홍콩의 민주파 인사들이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연대를 주장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홍콩 선관위가 홍콩보안법을 빌미로 민주파 인사의 출마 자격을 대대적으로 박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의 승리를 보장할 수 있으며, 이야말로 중국이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초등부터 대학까지 국가안보 교육…친중 교과서 도입 등 '교육의 중국화'
홍콩보안법 5조는 홍콩 행정장관이 국가안보의 책임을 다하고 '국가안보 교육'을 전개해 이를 정기적으로 중앙정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케빈 융(楊潤雄) 홍콩 교육부 장관은 홍콩에서 전면적인 국가안보 교육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융 장관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홍콩보안법의 조문과 의의, 배경 등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교육을 할 것"이라며 "나아가 모든 홍콩 시민이 홍콩보안법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활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 교육이 학교 내 교육에 그치지 않고 대입 시험에 관련 문제 출제, 시민 대상 교육, 언론매체 캠페인 등 전방위로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에서는 이미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내 친중파 진영에 의한 '교육의 중국화' 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중등학교 1학년에 적용되는 새 역사 교과서는 기존과 달리 홍콩사와 중국사의 통합을 강조할 예정이다.
나아가 홍콩 학생들의 부족한 역사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 본토 교과서가 홍콩에 도입되고, 홍콩 내 역사 교과과정이 전면적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퍼지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교육과정 중 토론식 교양 교육인 '통식'(通識) 커리큘럼이 지난해 홍콩 시위 사태 촉발에 책임이 있다며 이 과목에 대한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홍콩 야당은 "홍콩인들을 세뇌 교육하려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지만, 홍콩보안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홍콩 내 친중파 진영은 '교육의 중국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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