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의존 줄여야"…걸프 지역, 자국민으로 속속 대체

입력 2020-06-11 19:20  

"외국인 의존 줄여야"…걸프 지역, 자국민으로 속속 대체
경제침체 위기에 자국민 고용 늘려…코로나19 치료비용 부담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은 중동 걸프 지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이들 인력을 감축하고 자국민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다.
쿠웨이트 석유부는 내년까지 국영 석유사(KPC), 국영 에너지 관련 기업과 자회사 등 석유 부문에 외국인을 더는 고용하지 않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쿠웨이트 국영 KUNA통신은 이번 정책과 관련 "쿠웨이트는 외국인이 다수인 나라가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해설했다.
쿠웨이트의 인구 442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약 70%를 차지한다. 2018년 기준 쿠웨이트 정부 부문 인력의 25%가 외국인이다.
외국인의 비율이 45%인 오만 역시 공공 부문 직원을 자국민으로 모두 대체하기로 하고 내년 7월까지 각 정부 부처와 국영기업, 공공 기관에 '일자리 오만화' 일정표를 짤 예정이다.
카타르 정부도 1일부터 관공서를 포함해 공공 부문에서 외국인 인건비를 30%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인력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하고 주택 보조, 휴가용 귀국 항공권과 같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인구가 281만명으로 적은 편인 카타르는 경제 활동 인력의 95%를 외국인에 의존한다.
이들 정부가 공무원과 국영 회사를 신호탄으로 외국인 인력을 본격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그간 추진한 자국민 고용 증대 정책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가속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외국인 인력이 대거 본국으로 귀국하면서 인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에 의존하는 걸프 지역 산유국은 산업 전 분야에서 지장을 겪고 있다.
이번과 같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외국 인력을 자국민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셰이크 사바 알칼리드 알사바 쿠웨이트 총리는 4일 "전염병 확산과 유가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아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을 현재의 절반 이하인 30%로 줄여 큰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쿠웨이트 의회 의원들이 특정 국가가 전체 인구의 15%를 넘지 않도록 거주 비자 발급을 국적별로 할당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들 의원은 "인구 구조의 불균형으로 최근 수년간 경제·사회적 문제가 커졌는데 코로나19 위기 속에 더 두드러졌다"라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자국민화 정책으로 자국민의 소득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도 또다른 목적이다.
쿠웨이트에서는 일부 유명 인사가 외국인 이주 근로자가 병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정작 쿠웨이트 국민이 코로나19에 걸려도 치료받을 수 없다면서 감정적으로 '외국인 퇴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걸프 산유국에서는 위생 상태가 열악한 저임금 외국 이주 근로자의 단체 숙소에서 코로나19가 수만명씩 집단 발병하자 이들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진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4월 수용 시설에 있는 외국인을 대거 사면해 자국으로 송환하기도 했다.
외국인 인구 비율이 90%인 UAE는 외국 정부가 UAE에서 일하는 해당국 국민을 철수하라는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향후 취업 비자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