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메인스트리트 괴리…'자산가들의 잔치'로 끝나나

입력 2020-06-14 06:07  

월스트리트·메인스트리트 괴리…'자산가들의 잔치'로 끝나나
코로나로 취약계층 근로소득 줄어드는데 증시·부동산은 '들썩'
빈부 격차 심화 우려…전문가 "표적 명확한 정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임수정 김다혜 기자 = "월스트리트(금융시장)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이렇게 따로 놀아도 되나"
최근 미국 등 주요국 금융시장의 화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실물 경제가 초유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데 자산 가격만 이렇게 올라도 되느냐는 문제 제기다. 전 세계 정부·중앙은행이 풀어낸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통제 못 할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상당하다.
자산 가격 상승이 불러오는 빈부 격차 심화도 화두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실직과 매출 급감으로 취약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의 근로·사업소득은 줄어드는 가운데 주식·부동산 등을 가진 자산가들의 재산만 늘어나게 된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을 지낸 후 빈부 격차가 급격히 심화하는 이른바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 전체 소득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늘었지만,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 소득(95만9천19원)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3.6% 줄었다. 하위 10% 저소득층과 상위 10%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P90/P10 배율도 6.17배로 1년 전(6.00배)이나 직전 분기(5.10배)보다 악화했다.
코로나19로 일용직·임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면서 이들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 지표에선 이런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고용시장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하며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5월 기준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9만2천명이나 줄었다. 특히 임시근로자(50만1천명, 10.1%)와 일용근로자(15만2천명, 10.3%)의 감소 폭이 컸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도 20만명 급감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포인트 오른 4.5%를 기록했는데 남성(0.3%포인트)보다 여성(0.8%포인트), 대졸 이상(0.1%포인트)보다 고졸(0.7포인트), 중졸 이하(1.5%포인트)에서 더 많이 올랐다. 나이별 고용률 감소 폭은 20대 청년층이 2.4%포인트로 가장 컸다.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이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 여성,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을 더 강하게 덮친 것이다.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실직 등으로 소득이 줄어든 근로소득자나 자영업자가 생계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빚은 언젠가 갚아야 하므로 미래에 쓸 돈을 당겨 쓰는 것일 뿐이다. '코로나19는 가도 대출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자산가에게는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공급이 자산을 불릴 좋은 기회가 된다.
초유의 낮은 금리는 자산 가격 상승의 좋은 배경이 된다. 현금을 들고 있기보다 돈을 빌려서라도 자산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을 담보로 맡기거나 높은 신용도를 토대로 추가 자금을 대출받아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임대·이자수익 등 재산소득도 늘릴 수 있다.
여유 자산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선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 유동성이 '머니게임'을 위한 실탄이 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급락했던 코스피의 경우 지난 12일 2,132.30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3월 1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코스피 연중 저점(1457.64)과 비교하면 674.66포인트(46.28%)나 올랐다. 저점에서 주식을 샀다면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부동산 투자에 활용한 사람들도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올라 3개월여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경기 군포시는 최근 석 달 새 주택가격이 9.44%나 올랐고 인천에서도 연수구(6.52%), 서구(4.25%), 남동구(4.14%) 등에서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 시장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최근 들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은 이득을 보지만,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한층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금리를 낮춰 유동성을 공급하는 건 기업 투자와 소비를 북돋기 위해서인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그대로 이어지고 자산시장의 거품만 커져 빈부 격차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봤지만 유동성이 확대되면 실물 부양 효과보다 자산 인플레이션 효과가 크다. 지나친 양적 완화가 빈부격차를 심화한다는 비판도 줄곧 있었다"라면서도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기간산업 등 모든 분야에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악처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실장은 그러면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취하되 불필요한 부분에 돈이 몰리는 것은 대출 규제 등 다른 미시적인 금융정책 수단을 쓰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시적인 부양책은 쓸 수 있는 만큼 썼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충격과 피해가 집중된 산업과 계층을 중심에 두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라며 "표적이 명확한 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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