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맞는 구광모 회장…실용·미래 중심 '뉴LG' 본궤도(종합)

입력 2020-06-18 09:17  

취임 2년 맞는 구광모 회장…실용·미래 중심 '뉴LG' 본궤도(종합)
29일 취임 2주년…디지털 전환·선택과 집중 주력
젊은 총수 변화 바람 긍정 평가…강력 리더십 주문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로 '총수 취임' 만 2년을 맞는다.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로 갑작스럽게 총수가 된 구 회장은 '젊은 총수'에 걸맞은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취임 초반은 실용주의, 고객중심 등 '뉴LG' 변화의 콘셉트를 드러내는 시기였다면, 만 1년이 지난 지난해부터는 변화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 전 계열사 디지털 전환 가속 주문…실용주의·고객가치 집중
18일 LG에 따르면 취임 3년차에 접어든 구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3대 키워드는 실용주의, 고객가치, 미래준비다.
실제 구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당시 취임식을 열지 않고 회장 직함 대신 지주사인 ㈜LG 대표로 불러달라고 할 정도로 의례적인 기존 관습을 깨겠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 체제 들어 LG에서 가장 확연한 변화는 제조업 기반인 그룹 전 계열사가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 회장 본인이 디지털 전환에 솔선수범해서 앞장서고 있다. 올해 1월 신년 시무식을 오프라인 행사가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신년사 동영상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에서 한창 확산했던 4월 초에는 사장단에게 이메일을 통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자신감을 갖고 LG만의 고객을 향한 기본에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같은 달 말에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열어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외부에 경영 일정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진 않지만, 공개 행보 역시 고객·디지털에 방점이 찍혀있다. 올해 2월에는 LG전자[066570]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아 고객 만족을 강조했고, 5월에는 서울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로 미래 기회를 선점하자"고 주문했다.
구 회장의 지향점에 맞춰 각 계열사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는 계열사 IT(정보통신) 기술을 올해 50% 이상, 2023년까지 90% 이상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디지털 전환(DX)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경영 전 과정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배터리·AI 등 미래 먹거리 '선택과 집중'
유망한 사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해 키우고 시황 변화로 성장이 멈춘 분야는 과감히 접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구 회장 체제 들어 눈에 띄는 변화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보가 많지 않다 보니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를 들여다보면 구조조정, 각종 인수합병 등 과감한 의사결정을 2년 새에 쏟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미래 성장 사업인 LG화학[051910]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공격적인 투자를 업고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랐다.
LG화학은 구 회장이 취임 후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였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해 CEO를 맡길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가진 주력 계열사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미국 GM과 1조원씩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맺고 '얼티엄 셀즈' 합작법인을 세웠다.
LG유플러스[032640]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037560]을 출범했고, LG디스플레이[034220]는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하는 OLED 전환을 꾀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4월 맥쿼리그룹이 지분 35%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면서 일감몰아주기 우려를 해소하고 맥쿼리가 가진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밖에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 산업용 로봇전문 기업 로보스타[090360] 경영권 인수, LG생활건강[051900]의 미국 뉴에이본과 유럽 피지오겔 등 인수,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등 성장성 큰 영역에 대한 주요 M&A가 모두 구 회장 체제 들어 이뤄졌다.
유망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 벤처캐피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AI, 로봇,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18개 유망 스타트업에 4천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오픈소스 머신러닝 기업인 'H2O.ai' 등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달리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있다. 가장 최근 양대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이 일제히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LG화학은 지난 10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로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TV 시장 정체에 대응해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이외에 지난해와 올해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과 수처리 사업,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 등을 매각했다.
또한 코로나19 시대 불확실성에 대비해 역대 최고 수준의 현금을 확보, 유망 분야에서 추가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2월 LG전자 등이 갖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3천700억원을 확보했다.

◇ 밀레니얼 기업문화 확산…더 강력한 리더십 주문도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각종 모임·회의 등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세대교체, 인재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과 지난해 인사 때 1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을 발탁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구 회장이 직접 계열사 추천으로 선발된 '미래 인재'들과 만나 만찬을 함께 했다.
전임인 구본무 회장이 20여년 재임하는 등 구씨 일가가 경영권을 이어가며 사내 문화가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구 회장은 직함·형식 파괴 등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에 걸맞은 개방적 사내 문화로 탈바꿈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40대 초반의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이 차츰 본인 색을 나타내며 안착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대체적이지만,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에서 전문경영인들을 더욱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LG화학의 인도공장과 서산공장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하며 제조업 회사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LG화학 사고에 대해 구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안전경영'을 전 계열사에 주문한 바 있다.
장기간 적자에 빠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턴어라운드',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 등 주력 계열사의 현안들도 구 회장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구 회장 체제 들어 LG는 이전보다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변화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국내외 모두에서 관심을 받은 이 소송을 통해 기술·지적 재산권 보호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LG의 원칙이 글로벌 시장에 각인됐다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국 기업 간 소송전에 대한 외부의 비판 등 출혈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했다.
LG생활건강은 경쟁사인 애경산업[018250]을 상대로 '펌핑치약' 관련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패소했다.
이외에 삼촌인 구본준 전 부회장에 의한 계열 분리 가능성이 재계에서 거론되는 등 범LG가 구도와 맞물린 '불씨'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총수가 표방하는 변화가 차츰 자리 잡아가며 뉴LG의 청사진이 구체화하고 있다"며 "아직은 선대 회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구 회장 자신만의 리더십을 안착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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