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에도 콜레스테롤 분해 박테리아 존재한다"

입력 2020-06-18 16:19  

"인간의 장에도 콜레스테롤 분해 박테리아 존재한다"
장 미생물 유전체서 콜레스테롤 분해 효소 유전자 확인
하버드대·MIT 연구진, 저널 '세포 숙주와 미생물'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밤하늘의 별처럼 인간의 몸 안에 있는 세균 중에는 아직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 많다.
이런 세균을 우주의 암흑 물질에 비유해 '미생물 암흑 물질'(microbial dark matter)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암흑 물질은 우주에 존재하지만, 빛을 내지 않는 물질을 일컫는다.
장(腸)에서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건 1800년대 말부터 의학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연구가 진행되면서 돼지의 장에 콜레스테롤 분해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는 근거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장에선 아직 그런 박테리아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인간의 장에서도 세균에 의한 콜레스테롤 대사가 이뤄진다는 걸 미국 하버드대와 MIT(매사추세츠공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세균 종이 그런 일을 하는지는 지목하지 못했다.
하지만 돼지의 장에서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세균의 유전자를 알아냈고, 이 유전자의 지시로 생성되는 콜레스테롤 분해 효소가 인간의 장에도 작용한다는 걸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장 미생물 유전체에 같은 유전자가 존재하는 사람은, 분변의 잔류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고 75%까지 낮았다.
MIT 과학자들과 협력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18일 저널 '세포 숙주와 미생물'(Cell Host and Microbe)에 논문으로 실렸다.
돼지의 장에서 콜레스테롤 대사의 부산물로 발견되는 코프로스타놀(coprostanol)이 연구의 실마리가 됐다.
연구팀은 먼저 돼지의 장에서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세균의 유전자를 탐색했다. 인간의 장에도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세균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돼지 세균의 전체 유전체를 뒤져 찾아낸 게 바로 IsmA라는 유전자다. 이 명칭은 '장 스테로이드 대사 A'라는 뜻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연구팀은 돼지 세균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해 가려낸 후보군의 유전자 하나하나를 세균에 집어넣어 어느 것이 콜레스테롤 분해 효소를 생성하는지 검사했다.
인간의 장 세균 유전체 분석에선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다. 장에서 특정 세균 종을 찾지 않고, 거꾸로 장 미생물군 유전체에 풍부한 유전 형질에 어떤 작용력이 암호화돼 있는지 분석했다.
그런 다음 방대한 장 미생물군 유전체 데이터를 코프로스타놀이 남아 있는 분변 샘플과 대조해, 어떤 유전자가 분변의 높은 코프로스타놀 농도와 일치하는지 분석했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브로드 연구소의 람니크 제이비어 박사는 "이제 콜레스테롤 분해 효소를 가진 박테리아의 존재 여부를, 개개인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연관 지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브로드 연구소는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 설립한 생물 의학 연구소다.
실제로 연구팀은 미국, 중국, 네덜란드 등에서 받은 인간 미생물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IsmA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5~75% 낮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팀은 장차 이 발견이 장의 세균을 이용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획기적인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리라고 기대한다. 장에 콜레스테롤 분해 효소를 직접 투입하는 일명 '생물 칵테일'(biotic cocktail) 등이 가능해질 거라는 얘기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통계를 보면 만 20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가 2016년 현재 12%를 상회한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미국의 가장 큰 질병 사망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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