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 탐사 꿈 싣고 화성 가는 다섯번째 로버 '퍼서비어런스'

입력 2020-06-20 13:57  

유인 탐사 꿈 싣고 화성 가는 다섯번째 로버 '퍼서비어런스'
고대 미생물 흔적 찾고 달·화성 유인탐사 시대 열 발판 마련
미국만 8번 성공한 화성 표면탐사 '아성'에 중국 탐사선 도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한 달 뒤인 내달 20일 '붉은 행성' 화성에 다섯 번째 무인 탐사차(로버)를 보낸다.
인내, 끈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라는 이름이 붙은 이 로버는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발사되며, 약 5억500만㎞를 비행한 뒤 내년 2월 18일 화성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Jezero) 크레이터'에 착륙하게 된다.
탐사임무의 공식 명칭은 '마즈 2020 퍼서비어런스'로 고대 미생물의 흔적을 찾고 다음 우주선이 회수해 지구로 가져올 수 있게 토양·암석 샘플을 채취해 보관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2024년 미국 우주비행사 달 복귀와 2028년 달 상주, 이후 화성 유인탐사에 이르는 큰 그림의 발판을 놓은 의미를 갖는데 이때 사용할 각종 장비와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로 활용될 예정이다.

◇ 화성의 고대 삼각주서 미생물 흔적 찾는다



퍼서비어런스의 1차 임무는 정설로 굳어가고 있는 고대 미생물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다.
착륙지를 화성 적도 바로 위 소행성 충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지인 '이시디스 평원'의 서쪽 끝에 45㎞에 걸쳐 펼쳐져 있는 예제로 크레이터로 정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곳은 약 30억~40억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삼각주로 추정되던 곳으로 유기 분자와 기타 미생물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퍼서비어런스는 고대 미생물 탐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유기물을 찾아낼 수 있는 '서식가능 환경 유기물 및 화학물질 라만 및 형광 스캐닝'(SHERLOC)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이와함께 암석과 토양의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행성 X선 리토체미스트리 장비'(PIXL)도 탑재하고 있다.
암석에 기록된 고대 기후와 지질사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는 지구와 화성이 같은 암석형 행성에서 출발해 현재처럼 엇갈린 환경을 갖게 됐는지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화성탐사 로버 시대 새 장(章)을 열다…'왕복 임무' 첫발



퍼서비어런스는 이전 화성탐사 로버의 단점을 보완하고 첨단 과학 장비로 무장하면서 지금까지 제작된 로버 중 가장 크고 무겁다.
지난 1997년 화성에 처음 배치된 로버인 '소저너'(Sojourner)는 전자레인지 크기로 화성에서 로버가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만족했다. 이후 2004년 1월에 도착한 '스피릿'과 '오퍼튜니티'호는 골프카트 크기로 화성 표면이 꽁꽁 언 사막이 되기 전에 물이 흘렀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승용차 크기의 '큐리오시티'는 2012년에 착륙한 게일 크레이터가 수십억년 전 호수였으며 미생물이 살 수도 있는 환경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으며 여전히 활동 중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이들의 뒤를 잇는 다섯 번째 로버로 길이가 3m에 달한다.
이전 로버들이 현장 분석에 그쳤다면 퍼서비어런스는 인류 최초로 다른 행성의 토양·암석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의 첫발을 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비록 직접 갖고 지구로 귀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탐사선이 가져올 수 있도록 토양·암석 샘플을 정밀하게 채취해 약속된 장소에 보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게일 크레이터에서 활동 중인 큐리오시티호는 드릴로 암석을 분쇄해 현장에서 분석하지만 퍼서비어런스는 암석이 손상되지 않게 분필 크기로 샘플을 채취해 튜브에 담아 보관한다.
화성의 토양과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면 더 정밀하고 복잡한 장비로 분석이 가능해 첨단 로버가 제공할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로버의 센서를 개량하고 연산능력과 알고리즘을 강화해 웬만한 것은 지구 관제소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탐사에 효율을 기했다.

◇ 달·화성 유인 탐사 큰 그림 '발판'



마즈 2020 퍼서비어런스 미션에 채택된 미래형 기술들은 앞으로 전개될 달과 화성 유인 탐사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중 가장 크게 주목받는 것이 '지형비교항법'(Terrain-Relative Navigaion)이다. 화성 착륙시스템에 포함된 것으로, 로버가 하강할 때 화성 지형을 신속하게 자동 분석해 착륙 지점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앞으로 달과 화성에 로봇이나 유인 탐사선을 착륙시킬 때 꼭 갖춰야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성 산소 현장 자원 활용 실험'(MOXIE)으로 불리는 개념증명 실험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 실험은 화성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에서 산소(O)를 뽑아내 로켓 추진 연료와 호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첫 기술 시연에 나서는 화성 헬기 '인저누어티'(Ingenuity)의 비행은 지구에서 이뤄진 라이트형제의 첫 동력 비행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2m 길이의 회전 날개가 분당 2천400회 돌아가며 짧은 비행을 하게 되는데, 비행에 성공하면 바퀴를 가진 로버에 더해 항공 탐사도 가능해지게 된다.



이밖에 퍼서비어런스에 장착된 '화성 환경역학 분석기'(MEDA)는 현재 화성의 기상과 기후, 먼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화성 진입·하강·착륙 과학실험실 장치 2'(MEDLI 2)는 로버가 화성 대기를 뚫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측정한 자료를 제공해 화성 유인 탐사 때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화성탐사 독점 과시 무대되나…중국 탐사선 '톈원-1호' 도전
퍼서비어런스는 미국의 다섯 번째 화성탐사 로버로, 1976년 바이킹1호부터 시작해 통산 9번째 화성 착륙에 나선다.
지금까지 러시아나 유럽우주국(ESA) 등이 화성 궤도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착륙을 시도하다가 우주선이 폭발하거나 착륙한 뒤 곧바로 연락이 끊기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서 미국의 독보적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화성 최초의 착륙 기록은 1971년 12월 2일 옛 소련의 마스3호가 갖고 있지만 착륙 뒤 수초 만에 화염에 휩싸였다.
NASA는 지난 네 차례의 로버 발사 때 착륙에 모두 성공하고 지난 2018년 말 화성 지질탐사선 인사이트호 때도 무난히 착륙해 이번에도 돌발변수가 없는 한 착륙에 성공하며 세계에 미국의 기술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성 표면 탐사에서 쌓아온 미국의 독보적, 독점적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며 우주 굴기(堀起)를 입증한 중국도 비슷한 시기에 화성 궤도비행과 착륙, 탐사 임무를 수행할 '톈원(天問)-1호'를 창정(長征)-5B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ESA와 러시아연방 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합작해 7월 중 발사할 계획이던 화성탐사 로버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준비 차질로 무산되면서 중국 탐사선만 미국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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