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징용공은 고수입" 유튜브로 퍼지는 역사 왜곡

입력 2020-06-21 08:07  

[톡톡일본] "징용공은 고수입" 유튜브로 퍼지는 역사 왜곡
군함도 역사 왜곡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빙산의 일각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징용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본 산업시설을 소개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센터)가 공개된 지난 일요일 도쿄의 한국 언론사 기자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기자들은 제한된 전시 내용을 최대한 파악하려고 애썼지만, 센터 측은 기자들을 따라다니며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등 뭔가를 감추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전시물은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하고 있었다.
징용을 포함한 역사 전반을 알리겠다고 약속해 놓고 뒤통수를 친 셈이라서 한국 정부는 도미타 고지(田浩司)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문제는 역사 왜곡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센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크고 작은 역사 왜곡 내용이 인터넷을 타고 계속 확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일본어 '징용공'(徵用工)을 검색어로 넣으면 '한국인이 말하는 징용공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조회 수 85만을 넘어 2위에 올라 있다.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영상 속 남성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나 징용 피해자들의 증언과 동떨어진 설명을 일본어로 늘어놓는다.

그는 징용 피해자가 "애초에 모집공(모집한 공장 노동자)이었다"며 "재일한국·조선인이 자주 입에 담는 '강제 연행에 의해 억지로 일본으로 끌려왔다'는 주장인데 이것도 종군 위안부(일본군 위안부)의 거짓말에 비견되는 날조"라고 주장한다.
또 "당시 순사가 월급 45엔, 그리고 징용공 모집공은 월급 50엔, 덧붙여 말하면 위안부는 월급 300엔"이었다며 "상당히 고수입의 직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한 모집공이며 오히려 당시 조선인은 불만을 얘기할 수 없는 훌륭한 대우를 받았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한국어로 '징용'이라고 검색하면 징용 피해자의 증언 등이 조회 수 상위에 오르는 것과는 대비된다.

일반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운영하는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사이트에도 징용의 가혹한 실상을 감추는 자료가 줄줄이 게시됐다.
이 사이트는 "군함도에 대한 오해가 서적, 신문, TV,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세계에 퍼지려고 하고 있다"며 군함도에 살았던 여러 주민의 증언을 유튜브와 연계해 실었다.
하시마에서 출생했다는 재일 한국인 2세 스즈키 후미오(鈴木文雄, 한국명 김형도, 1933∼2019)는 자신이 하시마에 살 때 "귀여움을 받았다"고 인터뷰 동영상에서 말한다.

그는 '하시마에서 조선 출신자가 알몸으로 노예 노동을 해야 했다. 달아나면 탐조등으로 비추고 추격당했다. 소년이 부당하게 일 시킴을 당하고 채찍으로 맞았다. 학대당했다. 감옥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지적에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반응한다.
이어 만약 그런 것이 있었더라면 재미로라도 보러 갔을 것이고 감옥이 있었다면 녹슨 창살이라도 남아 있을 것이라며 징용 피해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마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스즈키의 증언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가 '오장'(伍長)이라는 직책을 맡아 부하를 몇 명 두고 있었다.
그의 부친과 징용 피해자와의 지위는 매우 달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즈키는 "하시마에서 나간 것은 내가 2학년, 3학년이므로 딱 (태평양) 전쟁이 시작하고 나서"라고 말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하시마를 떠난 그가 얼마나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파악했는지, 기억이 명확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군함도로 징용된 피해자인 최장섭(2018년 별세) 씨는 2017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이 바다인 하시마에서 '감옥생활'을 3년간 했다"면서 "속옷만 입고 탄광 밑바닥에서 작업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참혹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이트는 이런 점을 고려했는지 "증언자의 기억에 근거한 것이며 사실이 모호한 점이 포함된 것에 유의해달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주민들의 증언을 활용해 징용 피해자들이 증언한 가혹한 현실을 부정하는 셈이다.
고령의 징용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 역사를 왜곡하는 콘텐츠가 더욱 활개를 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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