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투기세력과 전쟁 끝내 이길까

입력 2020-06-21 08:48  

취임 3주년 김현미 국토부 장관…투기세력과 전쟁 끝내 이길까
2017년 6월 23일 취임…3개월 뒤엔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
넘치는 유동성에 쉽지 않은 집값 잡기…앞으로 더 고난한 상황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입니다. 투기세력이 돈을 위해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는 생겨선 안 됩니다."
이는 3년 전인 2017년 6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울려 퍼진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일성이었다.
인사말과 앞으로의 포부 정도 언급하는 여느 신임 장관과 달리 김 장관은 언제 준비했는지 프레젠테이션 화면도 띄워놓고 당시 서울 강남의 집값이 왜 오르고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결국 부동산 투기세력의 시장 교란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들과 전쟁을 선포한 김현미 장관이 취임 3주년을 맞는다.

◇ 깜짝 발탁 장관, 어느덧 최장수 노린다
문재인 정부 첫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돼 정부세종청사에 왔을 때도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 장관이 이렇게 오랫동안 장관직을 할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덧 취임 3주년을 맞이하고 3개월 뒤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을 달 순간을 앞두고 있다. 현재 최장수 장관 기록은 이명박 정부 때 3년 3개월 재임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갖고 있다.
정부의 정책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부동산 정책과 집값 관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정부가 정통성을 물려받은 참여정부가 당시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쓰디쓴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권에서 국토부 장관은 어느 국무위원보다 중요한 자리인데, 김 장관은 그렇게 어렵다는 이 자리를 3년이나 지켜왔다.
김 장관은 작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인 일산 출마를 고심했으나 눈물을 삼키고 국토부에 남았다.

◇ 쉽지만은 않은 투기세력과의 전쟁
국토부 정책 중에서도 집값 관리를 담당하는 주택정책이 가장 핵심이다.
김 장관은 취임한 지 두 달도 안된 그해 8월 투기과열지구 제도를 부활시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최근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6·17 대책에 이르도록 두 달에 한 번꼴로 강력한 대책을 이어갔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엔 어렵다.
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근절을 약속한 투기세력의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수도권 집값은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기를 갖는 것 같다가도 개발계획 발표나 시장 호재만 생기면 다시 고개를 들기를 반복했다.


엘리트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 내놓아도 직접 자기 돈을 걸고 투자하는 수만, 수십만의 '실전투자자'들은 교묘히 빈틈을 찾아냈다.
투기수요를 잡느라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면 안 되기에 핀셋처방을 내놓으면 규제를 피해 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풍선효과를 잡으려 무더기 규제에 나서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게 될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부동산 정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김 장관에게 워낙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 후반기부터 부동산 대세 상승기가 시작된 터였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아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쏠리면서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을 계속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고 있고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도 쏟아지게 돼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은 여간 녹록지 않다.

◇ "집값은 불붙는데 차는 왜 불이 나냐"
국토부 업무에 집값 잡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BMW 승용차 연쇄 화재 사고로 비상이 걸리기도 했고 대한항공[003490] 물컵 갑질로 엉뚱한 진에어[272450] 면허 취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릉역 인근 KTX 전복사고 등 크고 작은 열차 사고도 끊이지 않았고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버스 대란 위기도 겪었다.
최근 공유 모빌리티인 '타다' 논란까지, 국토부가 관할한 중요 이슈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2018년 여름 BMW 화재 사고가 났을 때는 한동안 안정됐던 서울 집값도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개발 방안으로 불이 붙을 때였다.
김 장관은 훗날 사석에서 "집값이 불붙는데 차에서도 불이 나더라"라고 고충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 주거복지로드맵 등 포용적 주거복지망 확충,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 건설산업 구조 개선, 스마트시티 보급 등도 김 장관의 성과로 꼽힌다.


특히 40년간 허물어지지 못한 종합·전문 건설사간 업역규제를 깬 것은 건설업계도 깜짝 놀라게 한 일이었다.

◇ 늘공들이 좋아하는 김 장관…어느덧 국토교통 전문가
국토부 '늘공'들 사이에서 김 장관은 인기가 좋다.
중요 사안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결단을 내리고 필요한 정책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추진력이 있으면서도 직원들을 대할 때는 항상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직원이나 산하기관의 잘못이 발견되면 바로 감찰 지시를 내렸다.
장관 초기 때만 해도 비전문가인 만큼 업무의 디테일을 잘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3년 차에 들어간 올해 초 신년회에선 원고 없이 국토부의 수십 가지 중요 업무를 하나하나 세세히 짚어가며 언급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젠 국토부의 모든 업무가 머릿속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직원들은 "장관님이 오래 계시더니 국토부 사람이 다 되셨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때 김 장관은 농담으로 "주택토지실 보고는 웬만하면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에도 주택정책 관련해 심각하고 고민스러운 보고를 가장 많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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