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한미정상회담 전날 북미회담 취소 트윗 올릴 뻔"

입력 2020-06-22 09:30   수정 2020-06-22 09:40

볼턴 "트럼프, 한미정상회담 전날 북미회담 취소 트윗 올릴 뻔"
회고록 "김영철, 김정은 친서 차에 두고 내려…트럼프, 북에 줄 선물 구겨졌다 화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북한 압박을 위해 6·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취소 트윗을 올리려고 했다가 하지 않았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같은 해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려 백악관을 찾았을 때 이 친서를 차에 두고 내렸다는 비화도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싱가포르 회담 준비 과정의 비화를 소개했다.

◇ "트럼프, 한미정상회담 전날 북미회담 취소 트윗 올리려 해"
북한은 2018년 5월 들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정상회담 취소를 위협했다. 5월 17일 북측 인사가 사전 답사차 싱가포르에 오기로 했지만, 21일이 돼서야 도착했다.
볼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즈음 "그들(북한)이 떠나기 전에 내가 떠나길 원한다"면서 자신은 과거 데이트하던 여성과 헤어질 때 자신이 먼저 결별을 선언하길 원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가지 문제는 문 대통령이 미국에 왔을 때 취소할지, 미국을 떠날 때까지 기다릴지였다면서 볼턴은 후자의 경우 문 대통령에게 명백한 '퇴짜'가 될 수 있어 "지금 하는 것이 좋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북미회담 추진을 종료하는 트위터 문구까지 준비하고, 이날 저녁에 올리겠다고 했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에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볼턴이 22일 아침 확인했을 때는 이 트윗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휴대전화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가 문 대통령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트럼프, 펜스 비난 북 발언 보고 회담 취소 통보 결심"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일대일 회담 후 확대회담장에서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약 25%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지지와 함께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은 '0%'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초조해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자 문 대통령은 초조해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싱가포르에서 짜임새 있는 회담을 원한다고 말해 볼턴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북한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바보'라고 맹비난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발언을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했고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로부터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회담 개최 희망' 담화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승리'라며 회담을 추진할 의향을 피력했다.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추가 준비를 위해 뉴욕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볼턴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취소가 방미 직후 한국에 돌아온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 "김영철, 차에 친서 두고 내려…트럼프, 북에 줄 선물 구겨졌다고 화내"
김영철 부위원장은 5월 30일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장관에게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얘기를 듣고 "매우 우아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자"고 백악관 방문을 수락했고, 볼턴이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 집무실만은 피하자고 했지만 이 역시 효과가 없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규모 회동을 원한다는 이유로 펜스 부통령과 자신이 이곳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말도 듣고 깜짝 놀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로 준비한 상자가 구겨져 있는 것을 보자 "이 일을 망쳤다. 다른 것을 가져오라"고 거칠게 나무랐다고 한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토록 흥분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회동에서 제외된 데 대해 자신보다 펜스 부통령이 더 망연자실했다고 적었다.
김 부위원장은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의 안내로 집무실로 이동했는데, 매우 긴장한 듯 보였다고 한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에 들어섰을 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차에 두고 내린 것을 알고, 북한의 통역사가 이를 가지려 급하게 되돌아갔다고 볼턴은 전했다.
돈 맥갠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은 부통령실에 있던 자신에게 다가와 대통령이 북한에 준 선물은 거의 확실히 제재 위반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오후 1시 15분 백악관에 도착했고, 트럼프 대통령 예방은 1시간 15분간 진행돼 2시 45분에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을 차가 있는 곳까지 배웅했다.
회동 후 켈리 실장이 보여준 친서는 순전히 북한의 선전 부서에서 쓴 과장한 칭찬이었다고 볼턴은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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