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심품은 매파 볼턴 '위험한 도박'에 북미 후폭풍…한미도 찬물

입력 2020-06-22 15:03   수정 2020-06-22 16:33

앙심품은 매파 볼턴 '위험한 도박'에 북미 후폭풍…한미도 찬물
'재선 저지'용 트럼프 외교치적 흠집내기에 북미·한미관계 '타격'
협상 신의·외교 원칙 훼손…대북 강경파 프리즘으로 각색·왜곡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위험한 도박'이 가뜩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긴장도를 높여가는 북미 관계를 수렁에 빠트린 모양새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가 대미 무력시위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미 간 대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한미 간 신뢰 및 동맹에 상처를 입혔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될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2차례에 걸친 북미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 한미 정상회담과 정상 간 통화를 비롯해 북미, 한미 간 외교전의 막후에서 일어난 내밀한 비화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폭로했다.
그가 백악관 안보사령탑으로 재직한 2018년 3월22일부터 지난해 9월10일까지 약 1년 6개월의 기간은 북미가 '화염과 분노' 시절에서 180도 방향을 선회, 정상 간 톱다운 외교에 힘입어 해빙과 냉각을 반복한 한반도의 대전환기였다.
'네오콘' 출신의 초강경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온 '리비아 모델'(선(先) 비핵화-후(後) 보상)의 주창자로, 북한은 한때 그를 '인간쓰레기', '흡혈귀'라고 불렀다.
그만큼 북한 문제는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 속도를 냈던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 경질의 단초를 제공한 분야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무능을 부각하기 위해 약 600쪽에 달하는 전체 회고록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 관련 사안을 다루는데 할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 치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과정에서 북미, 한미 정상 간 비공개 대화가 낱낱이 공개되는 등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간 외교의 기본은 완전히 무너졌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파'의 프리즘으로 굴절된 채 대북 외교 전체가 '완전한 실패'라는 프레임으로 매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한때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 친서 소통으로 대변되는 '톱다운 외교'를 이어왔다. 하지만 '등 뒤'에서는 김 위원장을 '거짓말쟁이'로 부르고 "더 많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고 맹비난한 점 등은 북한의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아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미 관계가 이렇다 할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경색되는 가운데 북한 입장에서 볼턴 회고록의 폭로는 협상의 신의 자체를 일방적으로 깨트렸다는 점 등에서 더더욱 협상에 나서지 않을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고록은 자칫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위험을 초래했다는 비판론에도 직면했다.
회고록은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부심했던 한국 정부와 문 대통령에 대해 편향된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안보상 극도로 예민한 내용도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며 기밀 누설 논란에도 휩싸인 상황이다. 더욱이 회고록이 볼턴 전 보좌관의 '메모'에 근거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관계와 생각이 뒤엉켜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 데다 대북 매파의 시각으로 '각색'됐다는 점에서 왜곡 가능성 등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폄훼했고, 문재인 정부가 자신을 북미 관계의 '방해자'로 몰아가며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회고록에는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나눈 대화 내용도 여과 없이 노출됐다.
북한의 강경 행보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방위비 협상 표류 등을 겪어온 한미가 최근 공조 강화에 다시 시동을 건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볼턴 전 보좌관이 한미 동맹 관계에 재를 뿌리며 그 근간을 저해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법원도 회고록 출간을 허용하면서도 볼턴 전 보좌관의 출간 강행이 심각한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실장은 22일(한국시간)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으며 이는 전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측에 전달된 상태여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이 어떠한 반응을 내놓을지도 북미관계의 향배와 맞물려 관심을 모은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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