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년] 터키 참전용사 "내 나이 91세…필요하다면 또 달려갈 것"

입력 2020-06-24 07:05   수정 2020-06-24 13:53

[6·25전쟁 70년] 터키 참전용사 "내 나이 91세…필요하다면 또 달려갈 것"
참전용사 야즈즈올루, 1952년 8월 제3 터키여단 소대장으로 부산 입항
제3차 후크고지 전투 등 '고지전' 참전…옆구리 부상으로 병원 이송도
55년 만에 찾은 한국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해…눈물 고였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벌써 90이 넘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에 내가 필요하다면 기쁜 마음으로 도우러 갈 겁니다."
터키의 6·25전쟁 참전용사 네즈데트 야즈즈올루(91) 씨는 70년 전 목숨을 걸고 지킨 대한민국을 여전히 사랑한다고 했다.
6·25전쟁 70주년을 사흘 앞둔 22일(현지시간) 전화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애초 대면 인터뷰를 계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수화기를 통해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야즈즈올루 씨는 1952년 8월 26일 제3 터키 여단 소속으로 부산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계급은 중위였으며 1개 소대를 이끌었다.
터키는 6·25 전쟁 기간 매년 5천명 규모의 여단을 한국에 순환 배치했다. 제3 터키 여단은 세 번째로 한국에 투입된 부대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실전을 치른 부대다.
야즈즈올루 중위가 한국에 도착했을 당시 전선은 휴전을 앞두고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피로 피를 씻는 '고지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휴전을 두 달 앞둔 1953년 5월 28일 야즈즈올루 중위는 현재의 판문점 인근인 베가스 전투(제3차 후크 고지 전투)에 참전했다.
"저녁에 연대장님이 나를 불렀어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베가스 고지가 7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만약 적이 전방을 뚫게 되면 미군과 영국군이 포위될 수 있다'라고 하더니 나를 포함해 33명을 전방으로 보냈어요."
후크 고지에서는 1952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 총 4차례의 고지전이 펼쳐졌다. 제4차 후크 고지 전투(사미천 전투)는 6·25 전쟁의 마지막 전투이기도 하다.
"베가스 고지와 우리가 있던 곳은 1㎞ 정도 떨어져 있었어요. 33명을 이끌고 400m 정도 갔을 때 이미 한 명은 전사하고 한 명은 부상했어요.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알을 뚫고 전진했죠. 그때 어딘가에서 날아온 총알에 옆구리를 맞았습니다."



야즈즈올루 중위는 방탄조끼 덕분에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결국 후방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정말 죽을 뻔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정전협정 체결 후 1953년 8월 터키로 돌아왔고, 55년만인 2008년 다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1952년 부산항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건물이 무너졌고, 팔·다리를 잃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아이들은 우리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했죠. 그런데 다시 찾은 한국은 너무 많이 발전해 있었어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죠."
야즈즈올루 씨는 한강 다리를 지날 때 저절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고 했다.



"미군 병원으로 이송될 때 한강 다리를 건넜어요. 그때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금방 무너질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한강에 다리가 29개(현재는 잠수교 포함 32개)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성실하고 빠르게 발전한 나라는 처음이라고 했어요.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고였습니다."
야즈즈올루 씨가 주이스탄불 한국총영사관에서 받은 손목시계에는 '대한민국은 당신들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시계를 볼 때마다 뜨거운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고 한다.
"한국인은 자기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소중히 여깁니다.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항상 우리를 기억해주죠. 매년 초대도 해주고 식사 대접도 받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기뻐요. 한국에서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달려갈 겁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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