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베, 반전 노리나…'적 기지 공격력' 논쟁 부채질

입력 2020-06-25 14:52  

위기의 아베, 반전 노리나…'적 기지 공격력' 논쟁 부채질
지상 배치 요격미사일 전면 취소 결정…"국회 해산 쟁점" 관측도
중단 발표한 고노 방위상 차기 총리 후보로 인기 상승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중요 정책을 백지로 만드는 결정이라서 정국을 흔들 조짐이 보인다.
측근의 금품 선거 의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숙 등으로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악재를 역이용해 반전을 모색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 2천억원 투입한 이지스 어쇼어 취소 결정
일본 정부는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25일 집권 자민당 회의에 출석해 밝혔다.
NHK에 따르면 고노 방위상은 "NSC에서 논의한 결과 야마구치(山口)현 및 아키타(秋田)현에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하는 것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런 사태에 이른 것을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중국해의 정세에 비춰볼 때 이지스함을 탄도미사일 방위에만 할당하는 것도 결코 안보 정책상 득책(得策)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며 당과 정부 사이에서 확실하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앞으로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고노 방위상이 이지스 어쇼어 배치 구상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아베 총리는 사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런 결정이 취소가 아닌 '프로세의(절차)의 중지'라고 설명했는데 여기서 더 나가 취소를 공식화 한 것이다.
이지스 어쇼어를 야마구치와 아키타에 배치하는 구상은 2017년 12월 각의에서 공식 결정한 것이고 이를 위해 이미 196억엔(약 2천209억원)이 지출됐다.

현재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해 대기권 밖에서 미사일을 타격해 떨어뜨리는 이지스함의 요격미사일(SM3)과 대기권 안에서 요격하는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의 2단계 방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이지스 어쇼어는 이지스함과 마찬가지로 대기권 밖에서 요격을 시도하는 시스템이며 일본 정부는 이지스함의 부담을 줄이고 경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추진해왔다.

◇ 적 기지 공격 능력 논의 시동…전수방위 위반 논란
일본 정부는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위해 미국과 계약까지 마친 상태이며 취소로 인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방위 정책이 갈팡질팡 한 셈이라서 정치적 악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사항이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가 이런 선택을 한 배경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産經)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달 4일 총리관저에서 고노 방위상, 방위장비청장관 등과 만났을 때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 중단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으나 12일 고노 방위상을 만났을 때 이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집권 자민당 간부는 "총리는 (고노 방위상의) 주장을 인정하는 대신 지론인 적 기지 공격 능력 논의를 시작하려고 생각했고 고노 씨와 이야기를 조율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현재의 미사일 방어 정책을 개정해 억지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이지스 어쇼어 취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는 평가했다.
실제로 이지스 어쇼어 취소에 따라 일본의 미사일 방어체계 전반과 안전보장 전략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게 됐다.
특히 아베 총리가 최근 언급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 적국 내에 있는 기지를 폭격기나 순항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이다.
이지스 어쇼어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이며 일본 정부가 유지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과 충돌한다는 논란을 동반한다.

◇ 아베의 속셈은…정국 반전 노리나
코로나19 대응 미숙이나 아베 총리 측근이자 전직 법상(법무부 장관)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중의원 의원 및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의 구속 등으로 들끓던 정국에서 갑자기 안보 정책이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지스 어쇼어 중단 발표 이후 집권 자민당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논의하는 팀을 만들었고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정치적 난국 타개를 위해 이지스 어쇼어 취소와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둘러싼 논쟁을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지지율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베 총리가 이지스 어쇼어 문제를 역이용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고 최신 호에서 분석했다.
이 주간지는 "이것(적 기지 공격 능력)을 쟁점의 하나로 한 10월 (중의원) 해산도 부상하고 있다"는 총리관저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슈칸분슌은 방위장비청 직원이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출장을 다녀온 뒤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보면 일본이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을 위해 도입하려고 했던 것과 유사한 장거리식별 레이더(LRDR)에 사격 관제능력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 자체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사격 관제능력은 요격 미사일이 목표를 향해 날아가도록 유도하는 능력이다.
고노 방위상은 앞서 이지스 어쇼어 중단을 발표한 후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서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교도통신의 5월 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로 고노 방위상을 꼽은 응답자는 4.4%였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9.2%를 기록했다.
고노는 앞서 원전이나 행정 개혁 등에 관한 소신 발언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으며 이번 사안이 그의 결단력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지스 어쇼어 문제가 악재로 보이지만 잘 이용하면 기회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며 아베 총리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에서는 아베 총리가 방위 정책에서 실패해놓고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를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헌민주당 등은 가와이 부부의 금품 선거 의혹을 추궁할 팀을 만들었으며 이들이 아베 정권의 물타기 전략에 잘 대응할 수 있을지도 정국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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