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통과 러시아 개정 헌법, 어떻게 바뀌었나

입력 2020-07-02 03:46  

국민투표 통과 러시아 개정 헌법, 어떻게 바뀌었나
1993년 이후 27년 만의 개헌…133개 조항 중 46개 조항 수정
국내법 우위, 영토 분리 불가, 결혼은 남녀결합 등 내용 신설
푸틴 기존 임기 '백지화' 특별조항으로 30여년 장기집권 허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제안한 뒤 일사천리로 추진된 러시아의 헌법 개정이 1일(현지시간) 최종관문인 국민투표를 사실상 통과하면서 마무리됐다.
러시아 헌법이 대폭 개정된 것은 지난 1993년 현행 헌법을 채택한 지 27년 만이다.
이번 개헌으로 전체 133개 헌법 조항 가운데 46개 조항에 수정이 가해졌다.
개정된 헌법에는 국제법(국제협정)에 대한 국내법(헌법) 우위 원칙과 러시아의 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대외관계 조항에서 '러시아의 헌법에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국제조약에 근거한 국가 간 기관(국제기구)의 결정은 이행 의무가 없다'는 문구가 신설됐다.
영토 관련 조항에는 '러시아 영토의 일부를 분리하는 방향의 행동과 그러한 행동 조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등의 재반환이 있을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조국 수호자들을 추념하고 역사적 진실을 수호한다. 조국 수호를 위한 국민의 공적을 낮추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2차대전 개전의 책임을 독일과 불가침 협정을 맺은 러시아에 전가하는 등의 일부 전문가들의 역사 재해석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가족 및 결혼과 관련,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서의 결혼 제도를 보호한다'는 조항이 추가돼 동성결혼 허용 불가 원칙도 명시했다.
국가 경제활동 관련 조항에선 '국가가 최저생계비 이상의 최저 임금을 보장한다. 연금은 연 1회 이상 조정(인상)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개정 헌법에는 또 대통령과 의회(상·하원), 지방정부 간 권한 분점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하원은 대통령이 추천한 총리·부총리·일부 장관 등의 임명에 대한 승인권을 갖게 됐다.
상원은 대통령이 추천한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대법원 원장과 판사 등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령으로 구성되던 지방 주지사 중심의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 평의회'를 헌법기관으로 명시해 지방 정부 수장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개정 헌법은 이 밖에 대통령 중임 가능 횟수도 두차례로 못 박아 장기 집권 가능성을 차단했다.
'동일 인물이 두차례 넘게 연이어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한 기존 헌법 조항에서 '연이어'란 표현을 삭제했다.


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08년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직을 두 차례 연임한 뒤 물러났다가 다시 대선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계속 연달아서 하든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오든 동일 인물은 무조건 두 차례 넘게는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2024년 네 번째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이 헌법에 포함된 것이다.
'동일 인물이 두 차례 넘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조항을 적용하는 데 있어,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거나 이미 수행한 사람의 기존 임기는 고려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지난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은 기존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으며 뒤이어 2018년 재선돼 4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개정된 헌법이 대통령의 임기를 두차례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푸틴은 원칙적으로 대선에 재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특별조항 신설로 기존 임기가 '0'이 되면서 4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4년 72세가 되는 푸틴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됐다.
4년간의 실세 총리 재직 기간(2008~2012년)을 뺀다고 하더라도 2000년에 집권한 그가 30년 넘게 크렘린궁에 머무는 초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1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안이 확정되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푸틴이 2036년까지 집권하면 모두 32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돼, 장기 집권으로 유명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18년), 이오시프 스탈린(31년) 등의 옛 소련 지도자들의 기록을 깨게 된다.
개헌 비판론자들은 푸틴의 2024년 재출마를 가능케 하는 한 조항을 넣기 위해 크렘린궁이 복잡한 개헌을 추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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