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에 필요한 '묶음치료' 수행률 5.6% 불과…뉴욕주는 82.5%
패혈증 치료 대형병원·수도권 쏠림 문제도…"전국 감시시스템 구축해야"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국내 패혈증 사망률이 35∼50%로 서구 선진국의 2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임채만 교수팀은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패혈증은 세균에 감염돼 온몸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주요 장기를 손상하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약 3천만명의 환자가 발생하지만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호주의 중증 패혈증 사망률은 18.4%였지만, 국내 2009∼2013년 5년간 패혈증의 평균 사망률은 38.9%에 달했다.
특히 매년 경제활동 인구군(18∼60세)에서 9천379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들 중 2천694명이 사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9∼2014년 패혈증 발생률은 매년 증가했지만, 사망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우리나라 패혈증 사망률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것과 대비된다.
이는 국내에 패혈증에 대한 일관된 관리 및 감시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패혈증 사망을 줄이는 데 핵심은 '묶음 치료'의 수행이다. 묶음 치료는 ▲ 유산농도 측정 ▲ 혈액배양 검사 시행 ▲ 항생제 투여 ▲ 수액 투여 ▲ 승압제 사용 등을 모두 수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6시간 이내의 묶음 치료 수행률은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미국에서는 패혈증 3시간 묶음 치료에 대한 수행률이 18∼43.5%로 조사됐으며, 뉴욕주의 연구에서는 패혈증 3시간 묶음 치료 수행률이 82.5%에 달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은 5.6%에 불과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 선진국은 패혈증 등 다양한 중증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조사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패혈증 등록사업 위원회'를 구성해 묶음 치료의 수행률을 높이고 있다.
국내 묶음 치료 수행률의 병원별·지역별 편차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규모가 작을수록, 비수도권일수록 묶음 치료의 수행률이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묶음 치료 수행률이 종합병원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1시간 이내 수행률은 상급종합병원(9.22%)이 종합병원(1.47%)과 견줘 9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1천500병상 이상의 대형 의료기관에서는 패혈증 묶음 치료 1시간 수행률이 10.6%였지만, 1천병상 미만의 의료기관에서는 그 비율이 2.56%에 그쳤다.
지역별 편차도 상당했다. 수도권의 경우 묶음 치료 1시간 이내 수행률이 8.86%로 비수도권(3.53%) 대비 패혈증 관리가 더 잘 되고 있었다. 묶음 치료의 3시간, 6시간 이내 수행률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임채만 교수는 "패혈증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감시하는 전국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패혈증에 대한 국민 인지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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