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진원지' 호스트클럽 단속한다지만 '효과 의문'

입력 2020-07-21 14:30   수정 2020-07-21 14:36

日 '코로나 진원지' 호스트클럽 단속한다지만 '효과 의문'
"위압으로 휴업시키려는 노림수"…이익단체 "싸잡아 비판 말라" 반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자 경찰을 투입해 유흥업소를 단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호스트클럽'이나 '갸바쿠라' 등 유흥업소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 경찰관이 이들 업소를 방문해 단속하도록 할 것이라는 뜻을 20일 밝혔다.
호스트클럽은 남성 접객원이 주로 여성 고객을 상대하는 주점이며, 갸바쿠라('카바레'와 '클럽'을 합한 일본의 조어)는 여성 접객원이 남성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유흥업소다.
이들 업소에 대해 '풍속영업 등 규제 및 업무의 적정화 등에 관한 법률'(이하 풍속영업법)에 근거해 경찰이 조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풍속영업법에 따른 경찰의 방문 조사는 영업시간 준수 여부나 종업원이 명부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마스크를 썼는지나 사람들 사이의 안전거리가 유지되고 있는지 등 감염 방지 대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은 21일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찰청 담당자는 "예를 들어 감염 방지 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개선을 부탁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신문은 "애초에 풍속영업법에는 코로나19 대책 시행 여부를 단속할 권한이 없으며 경찰의 위압으로 휴업시키려는 노림수가 역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9일 민영 후지TV에 출연해 호스트클럽 등에 관해 "어디에 코로나19의 근원 같은 것이 있는지 알았으니 경찰이 발을 들여놓고 근원을 하나하나 쳐부술 것"이라고 과격하게 발언했다.
하지만 유흥업계는 자신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원흉으로 지목돼 국민적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접객 유흥업소 등의 이익단체인 일반사단법인 '일본미즈쇼바이(水商賣·주류나 음료장사)협회'의 고가 가오리(甲賀香織) 대표이사는 20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업소에 따라 감염 대책에는 큰 격차가 있으며 '밤거리'나 '호스트' 등을 싸잡아 비판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제시한 지침은 실태와는 동떨어졌고, 현실적이지 못하면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없다"고 비판했다.
고가 대표이사는 경찰을 동원한 단속 방침에 관해 "월권행위가 지나치면 이쪽에서 소송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것이 권한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경찰을 동원해 유흥업소를 단속하겠다는 엄포성 발언이 배경 중의 하나로 풀이된다.
일본의 현행 법체계로는 코로나19가 확산해 긴급사태가 선포되면 당국이 휴업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휴업을 강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휴업에 응하지 않는 파친코의 이름을 지자체가 공표하고 이름이 공표된 파친코가 이에 맞서 영업을 계속하는 등 양측이 줄다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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