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기차 보조금, 외국업체 잔치판이어선 곤란하다

입력 2020-07-27 15:50  

[연합시론] 전기차 보조금, 외국업체 잔치판이어선 곤란하다

(서울=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업체인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전기 승용차 보조금의 절반 정도를 쓸어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테슬라는 상반기 전년 동기대비 16배 증가한 7천80대의 전기승용차를 팔아 국내 시장 점유율을 일거에 43%로 끌어올렸고,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승용차 보조금 2천여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약 900억원을 챙겼다. 지금과 같은 판매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는 2천억원 안팎의 보조금을 독식할 수 있다. 국내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전기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각각 29%와 14%였다. 국내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 지연 등으로 주춤한 사이 외국업체들은 신모델 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외국 업체에 정부 보조금이 많이 돌아갔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무작정 목소리를 높일 일은 아니다. 외국산이라고 보조금을 차별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기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차별이나 장벽을 둬선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의 품질을 높여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보조금 지급이 친환경차 보급확대라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 점은 없는지, 국내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에 소홀한 점은 없는지 등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테슬라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재규어 등의 전기승용차 가운데는 1억원이 넘는 고가 차종이 있는데 이런 고급 차종에까지 보조금을 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현재는 연비와 주행거리 등 조건만 충족하면 가격과 관계없이 국가와 지자체가 1천200만∼1천7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을 중저가 차종으로 제한하고, 국산 전기차 쪽으로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가능한지 검토하길 바란다. 테슬라의 경우 국내에 생산 설비나 매장도 두지 않고 홈페이지를 통해 통신 판매를 하고 있다. 이익만 챙길 뿐 국내 고용이나 산업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독일, 프랑스 등은 자국 업체가 경쟁 우위에 있는 차종에 유리하도록 보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은 1조2천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의 보조금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제적인 룰을 따르면서도 국내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친환경차 확대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그린 뉴딜이 본격화하면 전기차·수소차, 재생에너지 분야 등의 보조금이나 재정·금융 지원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전기자동차 보급을 지금의 10배 수준인 113만대로 늘리고 보조금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 기간 약 20조원을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육성에 쏟아붓는다는 구상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 사업에는 약 11조원이 투입된다. 재생 에너지의 경우 국내 산업생태계가 취약해 태양광은 중국, 풍력은 유럽 업체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중국산 태양광 모듈(태양광 발전소에 설치되는 대형 패널) 수입액은 22%나 증가했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국내 친환경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는 간 곳 없이 외국 업체의 사냥감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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