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만 막다가 다른 환자 수백만명 죽는다

입력 2020-08-04 16:29   수정 2020-08-04 16:57

코로나19만 막다가 다른 환자 수백만명 죽는다
팬데믹은 의료자원 흡수하는 '블랙홀'
봉쇄령에 병원 못가고 방역도 차질
말라리아·결핵·HIV 사망 폭증 전망
"전염병 퇴치노력 수십년 뒷걸음질"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람의 이동을 가로막고 의료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결핵과 말라리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등 다른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다.
환자들이 제때 진단받고 치료받지 못해서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결핵 퇴치 운동단체 'STOP-TB 파트너십'은 지난 5월 '각국에서 코로나19 봉쇄가 3개월간 실시되고 정상화에 10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면 올해부터 5년간 세계적으로 결핵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633만1천여명과 136만7천여명 더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봉쇄가 실시되지 않은 상황에 견줘 환자는 10.7%, 사망자는 16.0% 늘어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에이즈합동계획(UNAIDS)은 5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서비스와 약 공급이 방해받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수십만명이 추가로 에이즈 때문에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관은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서 HIV 억제를 위한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가 반년만 중단돼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5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서 에이즈 합병증으로 숨진 사람이 2018년 한해 47만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한 수치다.
WHO는 말라리아와 관련해선 '사하라 이남 아프라카서 모기장을 활용한 모기섬멸 운동이 중단되고 말라리아약 공급이 75% 감소'하는 최악의 경우 올해 사망자가 76만9천여명으로 2018년에 견줘 두 배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결핵과 말라리아, HIV 감염증은 연간 약 24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많은 이의 노력으로 최근 10년 사이 기세가 약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상황이 후퇴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면서 결핵·말리라아·HIV 감염증 등을 진단받지 못하는 점이다.
예컨대 인도는 봉쇄조처가 실시된 다음 날인 지난 3월 25일부터 6월 19일 사이 결핵을 진단받은 사람 수가 6만48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17만9천792명의 30% 수준으로 줄었는데 봉쇄와 함께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상당수 병원서 코로나19 환자 외 외래진료가 중단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또 WHO 결핵퇴치프로그램을 이끄는 필리피 글라지우가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을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각국의 결핵 진단 건수는 평균 25%가량 감소했다.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당장 수요가 많고 훨씬 비싼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에 몰리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 진단키트는 개당 약 10달러(약 2만원)로 개당 18센트인 말라리아 진단키트보다 훨씬 이문이 남는다.
코로나19는 결핵이나 HIV 감염증 등에 이미 걸린 사람 치료도 어렵게 한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뒤 병원을 찾은 결핵 환자가 감소한 나라는 121개국으로 파악됐다.
유엔 에이즈합동계획 조사 결과 HIV 보균자 4명 가운데 1명은 코로나19로 치료제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HIV 억제제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80% 이상이 인도에서 생산되는데, 제조공장 인력난 등으로 공급이 줄어 가격이 10~25% 뛸 것으로 예상된다.
WHO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이끄는 페드로 L. 알론소 박사는 "코로나19 위험이 말라리아를 퇴치하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을 좌절시켰다"면서 "상황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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