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어뢰' 日자살특공대 유서라더니…"창작물일 가능성"

입력 2020-08-12 11:39  

'인간어뢰' 日자살특공대 유서라더니…"창작물일 가능성"
"전직 해군 사관이 소개…전사시기 실제와 다르고 진짜 유서는 별도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태평양 전쟁 때 이른바 인간 어뢰 '가이텐'(回天)에 탑승한 일본군 특공대원이 쓴 유서로 널리 알려진 글이 제삼자의 창작물로 보인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에서 인터넷 등에 나돌고 있는 '18세 가이텐 특공대원의 유서'를 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실존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이텐 연구자들을 취재한 결과 드러났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글을 세상에 처음 알린 전직 해군 사관(사망)이 지목한 유서의 당사자가 가이텐 탑승원 중에 있으나 그가 전사한 시기나 장소가 다르고, 유서에 기재된 가족 구성도 실제와 차이가 있다.
또 해당 인물은 애초에 별도의 유서를 남겼으며 그간 유서로 알려진 글은 창작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이텐 연구자인 야마모토 에이스케(山本英輔) 씨는 "비슷한 내용의 유서를 조합해서 창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쟁 당사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자료를 창작하거나 고치는 것은 어디서든 벌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사관은 자신도 가이텐 탑승원이었다고 주장했으나 1944년 12월에 1등 순양함 야쿠모(八雲)에 배속된 후 도야마(富山)현 후시키(伏木)항만경비대에서 소위로 패전을 맞이했다는 해군사령공보가 있을 뿐 방위연구소 소장 가이텐 탑승원 명부에 그의 이름은 없다고 산케이는 덧붙였다.
전직 사관은 1995년 일본 고갓칸(皇學館)대학에서 강연하면서 자신의 동료가 남긴 유서라며 당사자의 이름과 문제의 글을 언급했다.
그는 유서 실물을 유족에게 전달했다면서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학 측이 강연록을 펴내면서 글이 널리 알려졌다.
유서로 알려진 글은 "어머니 저는 앞으로 3시간이면 조국을 위해 산화합니다"라고 시작한다.
또 "오늘 제가 특공대로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합니까. 전쟁은 이 일본 본토까지 다가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므로 제가 가는 것입니다. (중략) 어머니, 저는 어떤 적이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어머니의 눈물입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가 생기면서 전국가이텐회는 2000년에 고갓칸대학에 항의했고 대학 측이 사죄하고서 강연록을 절판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출간된 강연록이 계속 판매됐으며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글은 여전히 유서라며 회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일본어로 '18세 가이텐 특공대원의 유서'를 검색하면 문제의 글을 배경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한 영상이 조회 수 28만회를 넘긴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는 "오늘은 종전 기념일입니다. 제가 몇번을 봐도 눈물이 나오고 마는 특공대원의 유서를 소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이런 훌륭한 젊은이들이 많이 싸우고 많이 죽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가이텐 기지가 있었던 야마구치(山口)현 슈난(周南)시에는 마을을 홍보하기 위해 관광협회가 수건이나 통조림 세트 등에 유서로 알려진 글을 실어 팔고 있을 정도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슈난시에 있는 가이텐기념관의 연구원은 "유서를 믿고 기념관에 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많은 일본인은 가짜 유서가 진짜라고 생각하고 태평양 전쟁에 관한 역사를 되새긴 셈이 된다.
가이텐은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통상과 달리 1인용 조종석을 설치한 어뢰로 태평양 전쟁 중에 일본 해군이 개발한 특공 무기다.
1944년 7월부터 가이텐 탑승원을 모집했고 패전 때까지 연인원 148명이 출격해 10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가이텐을 탑재한 잠수함이 격침되는 등 가이텐 작전으로 인한 전체 전사자는 1천299명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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