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세력 왕실 거론 파문에 '유혈 탄압 재현' 경고까지

입력 2020-08-12 15:59   수정 2020-08-12 16:04

태국 반정부세력 왕실 거론 파문에 '유혈 탄압 재현' 경고까지
총리 "너무 나갔다"…주최 측 "폭력 선동 가능성에 오늘 집회 취소"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12일은 현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모친인 시리킷 왕대비의 88번째 생일로 태국의 공휴일이다.
거리 곳곳에 왕대비의 초상화가 걸렸고 신문지면 등에도 축하 광고가 가득 실렸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반정부 집회에서 수 십년간 '금기시'돼 온 왕실 관련 언급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정부 및 왕당파가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맞은 왕대비의 생일은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12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전날 언론과 만나 최근의 반정부 집회를 지켜봤다면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든 게 적절한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정말 너무 나갔다"고 덧붙였다.
왕실 개혁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부 기류를 감지할 수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앞서 10일 밤 방콕 외곽 탐마삿대 랑싯 캠퍼스에서는 3천~4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및 군부의 정치참여 금지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집회 말미에 일부 참석자들이 10개 항의 왕실 개혁을 촉구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태국은 왕실 모독죄가 있어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할 수 있다.
집회를 허용한 탐마삿대 고위 관계자가 애초 집회에서 다루기로 한 주제도 아니고 해당 주장을 한 이들은 탐마삿대 소속 학생들도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컸다.



깜눈 시티사만 상원의원도 의회에서 "한도를 넘어선 행동이라는데 상·하원 의원들이 동의할 것"이라며 "이번 일은 1973년 10월 6일 사태의 재현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의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1973년 10월 6일 사건은 이른바 '탐마삿 학살'을 일컫는다.
당시 민중 봉기로 축출된 타놈 끼띠카쫀 전 총리의 복귀 문제 등으로 정국 혼란이 계속되던 중 학생 시위대가 왕실을 모독했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과 군인 그리고 극우 인사들이 탐마삿대 캠퍼스에 진입해 학생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인 레드셔츠가 구성한 '독재저항민주전선연합'(UDD)의 지도자인 짜투뽄 쁘롬판도 페이스북에 선을 넘는 요구는 왕실 지지 세력과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1976년 유혈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상원의원은 보석으로 석방된 뒤 탐마삿대 집회에 참석한 반정부 인사 2명에 대한 보석 명령 철회를 법원에 탄원할 것을 경찰에 촉구했다.
250명 규모의 태국 상원의원은 군부가 전원 지명한 이들로, 친정부·친 왕실 인사들로 구성돼있다.
친정부·왕당파의 반발이 강해지고 민주진영 내에서도 우려가 나오자 반정부파는 이날 예정됐던 집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온라인 매체 네이션이 전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참석해 다른 이들을 선동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폭력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집회를 취소한다고 설명했다고 네이션은 보도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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