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강경화 만난 독일 외무에 왜 러시아 방문 질문만

입력 2020-08-13 07:07  

[특파원 시선] 강경화 만난 독일 외무에 왜 러시아 방문 질문만
회견서 마스 장관, 러시아 비판…다음날 방러해 '가스관 제재' 미 비판
서독, 냉전 당시 동맹 미와 공동보조 속 소련 상대로 중재 외교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지난 10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장관과 하이코마스 독일 외교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 기자들의 관심은 다음날 예정된 마스 장관의 러시아 방문에 쏠려있었다.
'제2차 한독 외교장관 전략대화'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 7개국(G7) 확대와 관련된 특파원의 질문에 마스 장관은 올 가을에 G7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 한국의 참석에 환영하지만 러시아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G7 확대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독일의 첫 입장이다. 상당히 호의적인 발언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의 주 목표물은 러시아였다. 독일은 G7 확대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아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독일은 G7 의장국인 미국의 초청으로 한국이 참석하는 것에 환영했지만, 러시아 문제로 G7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현지 언론도 마스 장관의 '한국 참석 환영'을 제목으로 뽑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초점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에 맞춰져 있었다. 회견 당시 독일 측 기자들의 질문도 러시아 문제가 주 관심사였다. 첫 질문부터 그랬다.
마스 장관은 "러시아의 경우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면서 "휴전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평화가 정착된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한 뒤 다음날 상대국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이다.
더구나 독일은 러시아 측이 연방의회 등 공공기관에 해킹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러시아를 상대로 유럽연합(EU) 차원에서의 공동 제재까지 제안한 상황이다.


또, 독일은 지난해 8월 베를린에서 발생한 조지아인 살인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교관 2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독일과 러시아가 긴밀히 협력하는 현안이 있다. 러시아와 독일을 해저로 잇는 천연가스관 건설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다. 미국이 '노르트 스트림2'를 제재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마스 장관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졌다.
마스 장관은 "독일과 러시아가 많은 이슈에서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지만 그런 만큼 대화가 최선"이라며 "세계에서 많은 분쟁과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러시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상호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스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11일 회담은 성과가 많지 않았다. 많은 현안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나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미국의 제재 방침에 대해 부당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독일과 러시아는 독특한 관계다. 일단 안보적으로 러시아는 사실상 독일의 주적이다. 주독 미군도 독일 등 유럽을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주둔해왔다.
역사적으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적대국이었고, 독일의 분단에도 러시아의 영향이 컸다. 독일 통일 전 옛 동독은 사실상 옛 소련의 위성국이었다.
옛 서독이 동구권과의 화해·평화를 추구한 신동방정책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국가는 동독이 아닌 소련이었다. 소련의 허락을 받지 않는다면 동독과의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서독은 신동방정책에 대해 치열한 '서서갈등'을 겪으면서 1970년 8월 모스크바 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직접 서명했다.
이후 서독은 사실상 주적인 소련과 끊임없이 교류를 해왔다. 차관 등 경제적 지원을 무기로 삼았다.
소련이 1970년대 중반 중거리탄도미사일인 SS-20을 동독 등에 배치한 데 대응해 미국은 1983년 서독에 퍼싱-Ⅱ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서독은 소련과의 외교를 멈추지 않았다.
서독은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소련을 비판하는 가운데서도 총리와 외무장관은 계속 모스크바로 날아가 중재 역할을 하며 해법을 찾기 위한 막후교섭을 벌였다.
현실에서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외교를 보면 과거 냉전을 넘어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용한 유연한 외교술이 이어져 온 듯하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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