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누구길래…크렘린 독살시도 의혹 증폭

입력 2020-08-21 11:19   수정 2020-08-21 16:25

'푸틴 정적' 나발니 누구길래…크렘린 독살시도 의혹 증폭
차 마신 뒤 중독증세 보이며 혼수상태
서방·러 야권 "독살작전 가능성" 주장
나발니는 러시아 정계·재계에 눈엣가시
"독살은 필요악" 흑역사도 의혹 부채질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의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를 둘러싸고 독살시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나발니가 러시아 기득권층에 눈엣가시인 데다가 러시아에서 소련 시절부터 수많은 반체제인사들이 독살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나발니는 전날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여객기 내에서 땀을 쏟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발니는 중독 증세를 보여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원인 모를 중독에 서방·러 야권 "독살작전 가능성"

서방언론, 서방 국가들의 지도자,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독살 시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 야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과 연계된 안보기관의 독살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카라-무르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독살은 푸틴 정권 반대자들을 추적하는 이들이 가장 애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크렘린의 독살 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면 미국이 향후 러시아를 대하는 방식을 결정할 때 변수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크렘린 독살설의 배경에는 나발니의 활동이 러시아 기득권층에 위협적일 것이라는 진단이 자리잡고 있다.



◇ 나발니는 러시아 정경유착 위협하는 '부패척결 정치인'
나발니는 상징적일지라도 대권 도전을 운운하고 있는 야권 지도자로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린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세계 최고의 권위주의 통치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적 경쟁자로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푸틴 대통령이 입법, 사법, 행정부에다 선거체계, 언론까지 장악한 까닭에 나발니가 정치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 기득권층이 나발니를 경계해온 실제 이유는 그가 소셜미디어로 중무장한 부패척결 운동가라는 점에 있다.
나발니는 2008년 러시아 대형 국영기업들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글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면서 정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국영기업 주식을 사들여 소액주주로서 부패 척결이나 투명성 제고를 촉구했으며 대규모 정경유착 비리를 폭로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주류언론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으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를 모았고 후원금을 받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전국적 명성을 얻은 나발니는 지지자들을 규합해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부패반대 시위를 수차례 주최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부패척결 비전을 앞세워 2018년 대선에 도전하려고 했으나 전과로 인한 피선거권 자격 논란 끝에 출마는 결국 좌절됐다.
그러나 러시아 기득권층에는 끊임없이 부패를 캐고 전국적 대규모 시위대를 조직할 동력을 갖춘 나발니는 여전히 경계대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적 돌파구가 없더라도 나발니는 수백만명이 동영상으로 시청하는 부패 탐사 때문에 기득권층의 눈엣가시가 됐다"고 지적했다.
FT는 "나발니는 러시아 정계와 재계에 걸쳐 적들을 만들었다"며 "만약 그가 중독됐다면 그들이 유력 용의자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 독살시도설 뒤에는 소련 때부터 이어온 흑역사
크렘린 독살설의 이유 중에는 러시아 당국이 그간 반체제 인사들을 그런 방식으로 살해했다는 거의 기정사실화된 의혹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에서 지난 세기에 발생한 수많은 의문사를 거론하며 소비에트연방(소련)에서는 독살이 국가 운영의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소련 공산주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1921년 비밀 독극물 연구소를 설치했을 때부터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까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독살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도 러시아 정보기관이 배후로 의심되지만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독살 의혹이 뒤따랐다.
가장 최근에는 러시아와 영국에서 이중간첩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2018년 영국 런던에서 냉전시기 소련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중독돼 사망한 적이 있었다.
영국 영토에서 발생한 이 사건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의 갈등이 악화했으나 진상은 이렇다 할 수준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가디언은 러시아의 독살 관행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관여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많은 독살 희생자들을 고려하면 크렘린이 독살을 필요악 정도로 보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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