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무난히 넘겼는데…꽉 차던 식당, 점심에 한 팀뿐"

입력 2020-09-01 11:59  

"IMF도 무난히 넘겼는데…꽉 차던 식당, 점심에 한 팀뿐"
권오복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전 국민 재난지원금 줘 소비 촉진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IMF 위기도 무난히 넘겼고, 메르스 사태 때도 이렇게 절박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녹록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주 크나큰 재앙입니다."
권오복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61)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최근 새로운 고민이 하나 늘어났다.
서울 양천구에서 20년째 샤부샤부 음식점을 운영하는 그는 지난 반년간 그럭저럭 버텨 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손님이 '뚝' 끊기면서 기로에 놓였다.
권 부회장은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나마 생존하기 위해서 배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오늘 배달업체를 불러 설명을 듣고 영업 방향을 좀 전환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가 배달 생각을 과거에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샤부샤부라는 메뉴 특성상 육수, 고기, 야채, 생면 등을 다 따로 포장해 가져다주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이에 내점 고객만 받는 종래 방식대로 버티고 버텨보다 '이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어제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딱 한 팀 왔다"며 "올해 코로나19 발생으로 매출이 60% 가까이 줄었다가, 5월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작년의 60∼70%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런데 최근 2.5단계 거리 두기 시행으로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토로했다.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잘 형성돼 있어 점심시간이면 가게가 꽉 차곤 했다. 점심시간에는 최소한 70∼80명은 받았고, 오후에 쉬고 싶어도 손님이 이따금 찾아와 휴게 시간 없이 종일 잘 운영됐다고 한다.
권 부회장은 그러나 "요즘은 '손님이 온다'고 표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매출이 급감했다"며 "코로나19로 직원도 종래 5명에서 2명으로 최소 인원으로 줄여 운영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992년 외식업에 뛰어든 그는 여러 식당을 운영하며 이 분야에만 내리 28년을 종사한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최근 상황은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는 "고정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인건비와 임대료 문제가 너무 크다"며 "올여름 물난리 때문에 식자재 가격마저 폭등했다. 샤부샤부의 특성상 채소를 많이 쓰는데 구매 단가가 최소 2배는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에 채솟값 폭등까지 두 가지가 겹치다 보니 현장에서는 버티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영업이 안된다고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마음대로 인원을 감축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사정이 어려운 것은 자신의 영업점뿐만이 아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직을 맡은 그가 주변을 돌아보면 고통을 호소하는 회원 음식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고가의 목동 아파트를 팔아 식당 운영비로 쓰고도 감당을 못한 사례까지 봤다고 했다.
그는 "주점 등 야간 업소에 오후 9시는 '초저녁'인데, 이때 문을 닫으라고 하면 오픈하는 의미가 없다"며 "영등포나 삼각지 같은 소위 '핵심 상권'에서마저 사람을 구경하기 어렵다더라"고 지적했다.
또 "거리를 다니다 보면 영업은 하긴 하는데 전기세라도 아껴보겠다고 깜깜하게 불을 꺼놓은 식당이 부지기수"라며 "현장을 돌아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음식점 휴·폐업률이 20%나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부연했다.
권 부회장은 외식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공이 큰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이날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와 관련해 선별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외식업에 세금 감면을 해줘 어려운 소상공인이 고루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또 2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 소비를 촉진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외식업은 사회 기여도가 매우 큰 산업입니다. 첫째로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고, 두 번째로는 직원 포함 약 300만명이 종사하고 있어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내고 있지요. 외식업이 코로나19 지원에서 소외돼서는 안 됩니다"고 강조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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