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유동성 '광풍'…증권 HTS도, 마통신청도 일시 마비시켜

입력 2020-09-01 16:20  

넘치는 유동성 '광풍'…증권 HTS도, 마통신청도 일시 마비시켜
카카오게임즈 청약 풍경……청약문턱에 상대적 박탈감도…"공모주 투자, 남의 얘기"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1일 접수를 시작한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주 청약이 단순한 흥행 수준을 넘어 '청약 광풍'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아침부터 청약 신청이 몰리면서 기업공개(IPO) 주관사가 온라인 접수를 잠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불거진 것을 넘어 인터넷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신청이 지연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고 있지만, 마땅히 돈을 묻을 만한 투자처가 많지 않은 가운데 작더라도 높은 확률로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인기 공모주로 자금이 몰린 탓이다.
다만, 높은 청약 경쟁률 탓에 상당수 일반 개인 투자자는 신주를 받기가 쉽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 "총알 모아왔다"…두 달 만에 등장한 '大魚'급 공모주
하반기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 기대주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는 1일부터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시작했다. 청약 기간은 2일까지다.
카카오게임즈는 전체 공모 물량(1천600만주)의 20%인 320만주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물량으로 배정했다.
일반 투자자의 청약 증거금률은 50%다. 청약 시 원하는 금액의 절반을 미리 증거금으로 입금해야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직장인 김 모(40) 씨는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앞두고 얼마 전부터 증권사 계좌로 '총알'(여유 자금)을 모아왔다"고 말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중 유동성은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를 상쇄하는 수준"이라면서 "정부가 개인 투자자의 IPO 참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고 있다곤 하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테니 이번 청약은 상당히 과열 양상을 띠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약 1천4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999년 국내에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최고 경쟁률을 새로 썼다.



◇ 접수 개시 2시간 만에 2조원 쏟아져…'마통' 신청도 지연
청약 열기는 뜨겁다 못해 폭발적이었다.
청약 접수를 개시한 지 약 2시간 만에 2개 주관사 계좌에 약 2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모였다.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공동 대표주관회사인 삼성증권은 이날 오전 9시34분 온라인 청약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뒤 약 20분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아침부터 온라인으로 청약 신청이 대거 몰린 탓이다.
삼성증권은 "오전 8시부터 온·오프라인으로 청약을 받고 있는데, 예전과 달리 청약 첫날부터 많이 몰리면서 시스템이 다소 지연되는 현상이 빚어졌다"며 "이에 온라인을 통한 청약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청약 배정 물량이 가장 적은 인수회사인 KB증권의 경우 청약 시작 2시간여 만에 경쟁률이 200대 1을 돌파하기도 했다.
KB증권 관계자는 "보통 공모주 청약을 할 때는 둘째 날에 청약이 몰리는데 이번엔 투자자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초반부터 경쟁이 몰리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청약 물량이 배정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청약 서비스가 개시되기도 전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객장 안 의자가 꽉 차고 줄까지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에선 이날 오후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간헐적으로 접속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객들은 신용대출을 신청하려고 하면 접속량이 많아 대출 신청이 불가하다는 메시지가 뜨고, 반복해서 시도하면 정상적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일이 반복되는 일을 겪어야 했다.
금투업계 안팎에선 카카오게임즈에 청약하기 위해 비교적 간편한 신용대출을 받아 청약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쏠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 수천만 원 넣어도 1∼2주 배정 가능성…높은 문턱에 "상대적 박탈감"
폭발적인 청약 열기 속에 상당수 일반 투자자들은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청약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을 한다고 해도 신주 받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오후 3시 현재 삼성증권 429대 1, 한국투자증권 319 대 1, KB증권 528 대 1 등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미 SK바이오팜 최종 경쟁률(323 대 1)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사상 최고 경쟁률(이루다·3천40대 1) 을 경신할 가능성도 예상한다.
최종 경쟁률이 1천대 1 수준이면 1억원의 증거금을 넣어도 배정 물량은 8주에 그친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 가격 시초가 후 상한가)을 한다 해도 거액 동원이 불가능한 일반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손에 쥐는 수익금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특히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총알'이 부족한 20∼30대에게 인기 공모주 청약은 수억원대 유동자금을 가진 부유층만이 할 수 있는 '남의 일'이다.
30대 송 모 씨는 "주위에서 SK바이오팜 청약으로 원금을 불리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한번 넣어볼까 했는데 수천만 원을 넣어도 1~2주 정도밖에 못 받는다는 소식에 박탈감이 느껴진다"면서 "마땅한 재테크 수단도 없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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