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 "천지 안녕한가요" 코로나 속 백두산 답사기

입력 2020-09-03 07:33  

[차이나통통] "천지 안녕한가요" 코로나 속 백두산 답사기
베이징-장백산공항 2시간 소요…천지엔 북중 경계비 눈길
천지에 무인기 금지 경고 문구…한국인 관광객 발길 '뚝'


(옌지=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어떤 역경에도 백두산 천지는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관광 명소인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방문이 어려워진 가운데 지난 8월 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출발해 백두산에 직접 올라 천지를 보면서 든 느낌이다.
백두산 천지는 북중 국경의 경계선으로 서파와 북파, 남파는 중국령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같이 왔던 곳은 북한의 동파 지역이다. 즉 천지의 3분의 2 정도는 중국 소유인 셈이다.
그중에 서파는 백두산 천지의 장관을 가장 넓게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백두산은 지린(吉林)성에 장백산 공항이 생기면서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
베이징 신공항인 다싱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 남짓이면 장백산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1시간 정도 차로 이동하면 장백산 서파 관광센터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장백산 관광을 위한 전용 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을 가다가 또다시 환승 센터에서 별도 버스를 타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 코스다. "마스크를 쓰라"는 경고 방송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버스는 S자를 그리며 곡예를 하듯 50여분간 정상을 향해 치닫는다.
드디어 백두산 서파 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천지를 보려면 여기서부터 1천442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미 힘에 부친 중국 할머니 한 분은 인력거를 타고 오르고 있었다. 천지로 이어지는 서파 계단 곳곳에는 인력거 장사꾼들이 호객을 한다. 2천m가 넘는 고산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니 건강한 성인 남자들도 저절로 인력거가 타고 싶어진다.

천지 정상에 다다를 무렵 중국인 경비원이 "천지 하늘이 열렸다"며 빨리 올라오라고 관광객들을 독촉한다.
천지 날씨는 워낙 변화무쌍해 불과 10여분 단위로 안개가 자욱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깐씩 청명한 천지 호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운이 없으면 안개로 덮인 천지만 봐야 한다.
한 중국인 안내원은 "맑게 갠 천지를 보려면 3대가 복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쉽지 않아요. 일단 기본으로 1시간 정도는 내려가지 말고 기다려야 해요"라고 말했다.
구름이 걷히고 얼굴을 드러낸 천지는 애국가의 화면에 나오는 모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사진 등으로 봐왔던 천지를 직접 눈으로 보는 한국인들은 모두 이 순간 감격하며 어떤 이는 눈물도 흘린다고 한다.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면 반대편 북한 쪽에서도 들릴 것 같다.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천지는 천지 괴물이 나올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기념품점에서는 아기자기한 천지 인형까지 판다.
천지 서파 정상 한쪽에는 북중 경계비도 놓여 있어 이곳이 진짜 중국과 북한의 접경임을 실감할 수 있다. 경계비 한쪽은 중국어로 '中國(중국) 2009년', 다른 한쪽은 '조선 2009년'이라고 쓰여 있다.
중국어로 '국경 규정을 준수해 무인기를 날려 보내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한글로도 쓰여 있다. 아마도 북중 접경이 맞닿은 천지에 무인기를 날릴 경우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한듯하다.

천지 관광을 마치면 다음 코스는 금강(錦江) 대협곡이다.
1천년 전에 폭발한 화산 부스러기 유성 퇴적물과 화산재가 쌓여 무수한 풍화 작용을 통해 형성된 곳으로 100m 아래 낭떠러지가 장관이다.
'길이 미끄러우니 발밑을 조심해라'는 한글 경고문도 있는걸 보니 그동안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녀갔음을 알 수 있다.

관광을 마치고 중국 생수 '백산수'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한 백두산의 청정 마을 이도백하(二道白河)로 자리를 옮겼다.
이 마을은 전형적인 백두산 여행자들을 위한 곳으로 재밌는 것은 조선족 특색 음식을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산골에서 된장찌개, 불고기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백두산 여행의 장점인 셈이다.

다만, 백두산 또한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주변 식당과 숙박업소가 많이 비는 등 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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