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게 해달라"…이라크 의대 재학ㆍ졸업생 항의시위

입력 2020-09-07 17:03  

"일하게 해달라"…이라크 의대 재학ㆍ졸업생 항의시위
정부 예산 부족으로 채용 지연…의대 졸업해도 실직자
최근 수년간 의사 2만명 외국행…코로나 확산에 방역 위기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의대 재학생과 졸업생, 의료계 종사자들이 6일(현지시간) 의료 시설·장비 확충과 예산 투입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이들은 이라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는 데도 정부가 병원과 보건소 운영에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환자를 치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의대를 졸업하고도 의사로 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의사를 채용하기 위한 대책을 신속히 세우지 않으면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진료를 거부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의대를 졸업한 오마르 알심마리 씨는 이 방송에 "취업할 병원이 없어 14개월간 집에 있다가 생계를 유지하려고 어쩔 수 없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라며 "이대로라면 의대에서 배운 것을 모두 잊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이라크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0.7명으로 세계 127위다.
이라크의사협회(이하 협회)는 이 방송에 "(내전, 폭력사태로) 의료 인력에 대한 공격이 잦아 최근 수년 간 의사 2만여명이 외국으로 떠나 이라크엔 의사가 3만명도 남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의사 363명이 암살됐고 수백명이 납치됐다. 또 사망한 환자의 가족이 의사를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고 한다.
특히 보호 장구가 부족해 코로나19를 치료하다 의사 44명이 죽고 1천500명이 감염된 데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에 5천명 안팎으로 나오면서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이라크의 방역 체계는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현장에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데도 의대생은 졸업 뒤에도 병원에서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압둘아미르 무흐신 후세인 협회장은 "의대 졸업생이 병원에 채용되지 못해 코로나19 대처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전문의를 길러내는 수련 과정도 지연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와중에 이라크 정부의 수입은 올해 유가 하락으로 절반 정도로 줄었고, 정치권의 만성적인 부패와 정쟁 탓에 코로나19 위기에 예산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고 있다.
의료진이 부족해지자 이라크 정부는 지난 7월 3만1천명에 달하는 의대 졸업생을 채용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재무부가 예산이 부족해 이들에게 인건비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유야무야됐다.
의대 졸업생 마이삼 무크다드 마흐무드 씨는 알자지라 방송에 "배운 것을 잊지 않으려고 동기들과 페이스북으로 복습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위기에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는 것이냐"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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