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지역의사제 도입 진통 獨…의사확충 공감대속 논란

입력 2020-09-08 07:07   수정 2020-09-08 20:46

[특파원 시선] 지역의사제 도입 진통 獨…의사확충 공감대속 논란
일부 州 도입 완료, 헤센주 등 논의 진통…중도·극우 찬성, 진보 반대
의사노조, 회의적 반응…처우개선·의대정원 증원 등 근원처방 요구
극심한 농촌 의사 부족 현상 보완책…지역근무 거부시 위약금
기민·기사 중앙당, 의대입학 50% 증원 합의…지방권한으로 직접 실효 없어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시골 지역의 의사 부족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을 놓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10년간 도시가 아닌 의료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진료해야 하는 방안이다.
지역 의사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의료와 관련해 정치권의 최대 논의 과제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에 따른 의료계 과부하도 논의에 탄력을 주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와 연계돼 있다.
상당수의 지방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을 10% 안팎으로 늘리면서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와 바이에른주는 수년간 치열한 논의 끝에 도입했고 헤센주 등에서 논의가 한창이다.
각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마다 양상이 다르지만, 대체로 중도보수 성향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찬성하는 반면 진보 성향인 녹색당과 좌파당은 반대하는 형국이다.
의사 충원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의사노조는 지역의사제가 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의사 근로환경 개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



◇ 의사 부족현상 심화 예고 속 확충에 이견 없어
독일 사회에서는 의사 수 확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상당히 이뤄져 있다.
가뜩이나 의료계에서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지 오래된 데다, 중장기적으로도 심각한 의사 부족 사태는 예고된 상태다.
의사들은 노동 여건이 좋은 북유럽이나 보수가 높은 스위스로 떠나기도 한다.
동유럽과 중동 출신의 의사들로 부족분을 충원하고 있지만, 부족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독일 대연정 다수파인 기민당·기사당 연합 의원단이 지난 4일 비공개회의에서 중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5천명 늘리기로 합의한 데 대해 의료계에서는 특별히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의사협회 측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의사노조는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독일 전체의 의대 입학 정원은 1만명 정도다.
독일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30년에 의사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 예고돼 있다. 독일 의학협회 통계에 따르면 의사들의 8%가 65세 이상이고, 12%가 60∼65세다.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결정은 의대 정원 권한이 각 지방정부에 있는 만큼 직접적인 실효성이 없다. 일부 언론을 제외한 주요 언론에서는 이 사안을 다루지도 않았다.
다만, 향후 중앙정부에서 의대 관련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지역의회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의사 확충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환기해주고 있다.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에서도 의사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독일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한 입시 장치도 보완하고 있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30% 정도만 대입제도인 아비투어 성적순으로 의대생을 선발하고 나머지는 성적과 함께 구급대원으로의 근무와 적성검사 성적 등을 반영하기도 한다.



◇ 지역의사제, 기민·기사 주도…녹색·좌파 반대 경향
독일 사회에서 농촌 지역의 의사 부족난으로 지역의사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독일 의료 시스템에서 가족 주치의 제도가 정착돼 있는데, 농촌에서 주치의들이 부족해지면서 농촌 주민이 2차 진료를 받을 기회도 줄어들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새 의사가 올 경우 파티를 여는 농촌 마을이 있을 정도다. 작센주 등은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에게 투자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세제 혜택을 주는 지역도 있다. 헝가리 등 동유럽 의대 졸업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역의사는 지역별로 다르지만 수련 과정 등을 마치고 10년간 지역에 근무해야 하고, 의대 진학 시 이를 위한 서약서를 제출한다. 지역근무를 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한다.
독일 의료계에서는 지역의사가 성적이 기존 의대 입학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해당 지역 출신일 경우 의무 기간 외에도 지역에서 계속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클라우스 헤케만 드레스덴 의대 교수는 지난 4일 현지매체 보켄쿠리어에 "어린 시절과 사춘기를 시골에서 보낸 사람은 그곳에서 삶의 중심을 찾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지역의사제를 옹호했다.
기사당이 제1당인 바이에른주는 최근 지역의사제로 할당된 의대 학생 114명을 선발했다. 바이에른주의 경쟁률은 6대 1 정도였다.
멜라니 험 바이에른주 보건부 장관은 지난달 보도자료에서 지역의사 할당제로 뽑힌 학생들에 대해 "모두 A학점을 받지 못하더라도 의학을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바덴-뷔르템부르크주는 연정을 이룬 기민당과 녹색당이 지방의사제 도입에 어렵사리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실제 도입을 놓고 관련 장관직을 맡고 있는 녹색당의 추진이 더디다며 기민당이 비판하고 나섰다. 연정은 관내 5개 의대에 입학 정원을 150명 늘리고 이 가운데 절반을 지역의사 할당분으로 채우기로 했다.
최근에는 헤센주에서 지방의사제 도입을 놓고 논의가 불붙고 있다.
도입을 밀어붙이는 측은 기민당과 사민당이다.
그러나 녹색당 측은 개인의 인생이 특정 지역에 묶이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역에 근무하는 의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좌파당 측은 부유층의 경우 위약금을 물고 지역의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의 사민당은 지역의사제에 찬성하지만, 당장 도입하더라도 실제 의사를 지역에 투입하기 위한 기간이 너무 길다며 대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의사노조인 마부르크분트는 지역의사제에 회의적으로 반응하면서 장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도시와 지역 의료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니더작센주 마부르크분트는 지난 4일 성명에서 니더작센주의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반응하면서 인구가 많은 지역의 병원에서 자격 있는 의사들의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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