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미 서부 해안…3개주서 대형산불 40건 동시다발 확산(종합)

입력 2020-09-10 08:29   수정 2020-09-10 12:13

불타는 미 서부 해안…3개주서 대형산불 40건 동시다발 확산(종합)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수십만에이커 불타고 수천명 대피
샌프란시스코 일대 대낮에도 어두컴컴한 오렌지색 하늘…"핵겨울 같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서부 해안에 나란히 맞붙은 3개 주(州)에서 약 40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일대를 황폐화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 속에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발생한 이들 산불로 수십만에이커의 땅이 불탔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리건주에서는 30만여에이커(약 1천214㎢)의 땅을 불태운 산불로 디트로이트·블루리버·비다·피닉스·탤런트 등의 일부 마을이 "사실상 파괴됐다"고 케이트 브라운 주지사는 밝혔다.
특히 인구 7천명 규모의 피닉스 지역에서는 1천채가 넘는 주택이 소실됐고, 인근 탤런트에서도 수백채의 집이 불탔다.
브라운 주지사는 8일 저녁 주민 수천 명이 불길을 피해 대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운 주지사는 자신이 취임한 이래 거의 해마다 기록적인 산불이 일어나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이번은 틀림없이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구조물은 물론 사람 생명과 관련해서도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우리 주 역사상 산불로 인해 발생한 최대 규모의 인명과 재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리건주에서는 35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올해 산불로 불탄 면적이 220만에이커(약 8천903㎢)로 이미 연간 기록을 경신한 상황이다. 이는 서울 면적(약 605㎢)의 14.7배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캘파이어)은 그러나 아직도 올해 산불 시즌이 넉 달이나 더 남았고 지금도 약 20개에 달하는 대형 산불이 맹렬히 타오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의 제시 밀러 대령은 폭염과 강풍, 낮은 습도, 가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을 거론하며 "아마도 캘리포니아가 경험한 가장 도전적인 산불 시즌일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산불은 북쪽부터 멕시코 국경까지 1천287㎞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주 중부 마데라·프레즈노카운티의 산맥의 '크리크 파이어'는 지난 4일 시작해 15만2천에이커(615㎢)를 태우고 최소 360동의 구조물도 파괴했다.
시에라국립산림에서는 산불로 고립된 사람 385명과 동물 27마리가 헬기로 구조됐다.
프레즈노 카운티에 따르면 주민 3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는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화창한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종적을 감췄다. 대낮에도 석양 무렵처럼 하늘이 온통 주황색으로 물든 채 어둑어둑해 조명을 켜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다.
일부 주민들은 이런 풍경에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다'고 불안해하며 외출을 삼가고 있고, 길가에 주차해둔 자동차 지붕과 보닛 위에는 새카만 분진이 잔뜩 내려앉았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핵겨울'(Nuclear Winter, 핵전쟁으로 발생한 재와 먼지로 일사량이 매우 감소하며 오랜 기간 이어지는 한랭기)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자동차는 낮인데도 전조등을 켠 채 운행했고 사무실에는 한밤중인 것처럼 불이 켜져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립기상청(NWS)의 기상학자 크레이그 슈메이커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일대에 발생한 '베어 파이어'로 인한 대량의 매연이 밤새 12㎞ 높이까지 날아올라 가며 재와 얼음이 뒤섞인 거대한 먹구름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로스앤젤레스(LA) 일원에서는 '밥캣 파이어'가 발생해 1만300에이커(약 42㎢)를 태우면서 LA 동북쪽의 패서디나 일부 지역 등에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발생한 '엘도라도 파이어'도 피해 면적이 1만1천에이커(약 45㎢)로 확대된 가운데 19%가 진화됐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이밖에 워싱턴주에서는 최근 12차례의 산불 시즌에 불탄 면적보다 더 많은 땅이 7일 하루 동안 산불에 소실됐다고 제이 인슬리 주지사가 밝혔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이 33만에이커(약 1천335㎢)다.



워싱턴주 동부의 몰든에선 산불이 마을을 덮치며 주택과 소방서·우체국·시청·도서관 등 공공 인프라의 80% 이상이 파괴됐다.
인슬리 주지사는 "이 산불들 거의 전부가 어느 정도 사람에 의한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기후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새로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9일 오전 영향권에 든 인원이 3천만명이 넘는 워싱턴·오리건·캘리포니아·네바다·애리조나주 등 5개 주 일부 지역에는 적기(red flag) 경보가 내려져 있다. 이는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 등으로 산불이 시작되거나 확산할 상황이 임박했거나 이미 닥쳤다는 뜻이다.
미국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현재 85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며 그중 40개가 서부 해안의 주에서 불타고 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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