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친서엔 "마법의 힘·특별한 우정" 친밀감 말잔치(종합)

입력 2020-09-10 15:19   수정 2020-09-10 16:43

트럼프-김정은 친서엔 "마법의 힘·특별한 우정" 친밀감 말잔치(종합)
우드워드 신간서 공개…김정은, 한미훈련에 "기분 상해" 노골적 표현도
김정은 '각하' 존칭쓰며 칭찬…트럼프 "당신과 나만이 적대관계 끝낼것" 호응
책엔 2차정상회담 '기싸움' 일화도…"트럼프, 비핵화 압박하다 영화관람 제안"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간 주고받은 친서에서 "특별한 우정"이나 "마법의 힘", "영광의 순간" 등의 표현을 써가며 친밀감을 표현했다고 CNN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한 불편한 심정도 친서에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5일 신간 '격노'를 펴내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집필 과정에서 확보한 27통의 친서와 관련해 CNN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친서에는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며 두 정상이 교감하는 내용이 담겼다.
친서 내용은 우드워드가 사본을 입수한 게 아니라 친서를 보고 그 내용을 구술해 녹음한 것으로, CNN은 이중 2통의 녹취록은 자신들이 입수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후 그해 성탄절인 12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각하'(Your Excellency)라는 존칭을 썼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은 그 역사적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그날의 영광을 다시 체험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또 "나 자신과 각하 사이의 또 다른 회담"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12월 28일 보낸 답신에서 "당신처럼, 나도 우리 두 나라 사이에 큰 성과가 있을 것이며 그것을 할 수 있는 두 지도자는 당신과 나뿐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응답은 더욱 직설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첨으로 가득 찼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 이어 그해 6월 보낸 친서에서는 "103일 전 하노이에서 나눈 매 순간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영광의 순간"이라며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위터로 남북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나자고 제안하기 직전인 2019년 6월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당신과 나만이, 함께 일하면서, 우리 두 나라 간 문제를 해결하고 70년 가까운 적대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에 우리의 가장 큰 기대를 뛰어넘을 번영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것은 역사적일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30일 DMZ 만남 이후 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두 사람의 사진이 실린 뉴욕타임스 1면 사본을 첨부해 보내면서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 놀라웠다"고 적었다.
이틀 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사진 22장을 또 보내면서 "이 사진들은 나에게 훌륭한 추억이며 당신과 내가 발전시킨 독특한 우정을 담아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한 달 뒤 답신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어조를 담았다.
그는 친서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것에 편치 않은 심정을 드러내면서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드워드는 이를 "실망한 친구나 애인"의 어조로 묘사했다고 CNN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면서 "정말 매우 불쾌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각하, 이렇게 솔직한 생각을 당신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게 된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렇듯 김 위원장은 친서 곳곳에서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밀감과 '존경심'을 표시하면서도 당면 현안에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구체적으로 북미가 2차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2018년 성탄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는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처럼 보일 경우 긍정적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핑계로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이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양측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서둘러 개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친서에서 2차 회담 장소 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촉구하는 가운데 2차 정상회담을 "두번째 DPRK 정상회담(second DPRK summit)"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DPRK는 북한의 영문 약칭이다.
이 편지 앞 부분에서는 "2차 조미정상회담"(second DPRK-US summit)이라고 언급됐으나, 말미에서는 이처럼 미국(US)을 빼고 "두번째 DPRK 정상회담"이라고 표기해, 차기 회담이 북한에서 개최되길 촉구하는, 계산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의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났을 때 논쟁을 벌이면서도 영화 관람, 골프 제안을 하는 등 '밀고 당기기'를 주고받는 '협상의 기술'도 소개됐다.
CNN이 소개한 책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협상할 준비가 안 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고, 두 정상은 북한이 어떤 핵 시설을 해체할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모든 장소를 알고 있다. 난 그들 모두를 알고 있다"면서 압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꿈쩍도 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을 공중으로 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또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 골프 라운드를 하러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누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쓰고 다듬었는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CIA는 그의 친서들을 "걸작"으로 간주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이 친서들은 '원탁의 기사단'이나 아마도 구혼자들이 언급할 것 같은 개인적인 충성서약으로 가득 차 있다고 우드워드는 평가했다.
그는 또 친서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조롱하고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다 북한 지도자를 만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외교적 구애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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