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코로나19가 바꾼 미 대선전…후보도 유권자도 낯선 풍경

입력 2020-09-13 07:07  

[특파원 시선] 코로나19가 바꾼 미 대선전…후보도 유권자도 낯선 풍경
대형유세 자취 감춰…트럼프 소규모 유세 애착·바이든은 방역지침 준수 우선
사전투표 급증 예상…공화당 지지층은 현장투표 선호해 투표행태 '양극화'
사전투표 늘어 캠프는 전략 수정 고심…대선 당일 개표와 최종 결과 다를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둔 미국의 선거 풍속도를 바꿔 놓았다.
대선일을 불과 50여일 남겨둔 시점이지만 전염병 확산 탓에 대선 후보도, 유권자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선거구도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는 당장 대선 후보에게 선거전의 큰 장애요인으로 떠올랐다.

평시라면 전국을 순회하는 대규모 유세를 개최하며 치열한 득표전을 펼칠 시기지만 대형 행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다.
두 후보는 이런 제약 속에서도 최근 활발한 대외 행보에 나서지만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코로나19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더 큰 타격을 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청중을 휘어잡는 연설로 수천, 수만명이 참석하는 대형 유세를 강점으로 꼽았지만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세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애착은 여전하다. 수백명 단위로 지지자를 끌어모아 한 시간 넘게 연설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이용하는 방식은 비행장 격납고 연설이다. 활주로에 놓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배경으로 연단에 오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상대적으로 탁 트인 공간이라 전염병 확산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지지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에 종종 휩싸인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방역지침 준수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다른 선거운동 방식을 동원했다.
외부 일정 시 다수 청중을 상대로 한 연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연설하더라도 취재진 등 필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외부 행사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최소 인원과 대화하는 방식을 쓴다.
이런 차이는 선거전의 최대 변수로 등장한 코로나19 사태를 득표전에 활용하려는 의도와도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염병 대유행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대신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반면 바이든 후보로선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실패론을 부각하는 수단일 수 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어 더 공격적인 선거전이 필요하다면, 수성하는 입장인 바이든 후보는 현상 유지를 위해 무리한 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작용한 듯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유권자의 투표 행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선거 당일 현장투표에 사람이 몰릴 경우의 전염병 확산 우려 탓에 사전투표 참여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우편투표 참여가 급증했다. 일례로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4일 기준 우편투표 신청자가 64만3천명으로, 2016년 대선 때 같은 기간의 17배 수준이었다.
미시간주도 4년 전 35만명이던 우편투표 신청자가 벌써 200만명을 넘었고, 플로리다주 역시 2016년 334만명을 훌쩍 초과한 상태다.
올해는 사전 현장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도 과거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 현장투표는 오는 18일 미네소타, 와이오밍, 사우스다코타 등 3개 주에서 시작된다.
워싱턴포스트(WP)가 메릴랜드대와 공동으로 지난달 24~31일 유권자 1천67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우편투표나 사전 현장투표를 통해 선거일 이전에 투표를 끝내길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2016년 대선 때는 40%가량이 미리 투표했다.
사전투표가 많아지다 보니 대선캠프가 선거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통상 고정지지층을 사전투표로 유도하고 막판 선거전 때는 부동층과 우호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지만, 올해의 경우 다수가 사전투표에 참여해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정당 지지층별로 사전투표 선호도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WP 조사 때 민주당 지지층의 70%는 사전투표를, 공화당 지지층의 52%는 선거일 현장투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우편투표 확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전면 확대가 '사기투표', '부정선거'로 귀결될 것이라고 반대하는 등 이 문제는 거친 정치적 논쟁으로도 비화한 상황이다.
사전투표와 현장투표 선호도 차이는 선거 당일 개표 혼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선 당일 현장투표 위주로 개표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지만 이후 우편투표가 순차적으로 개표되면서 바이든 후보가 역전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WP의 최근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선 당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538명의 선거인단 중 167명을 더 확보하지만 일주일 후 우위가 83명으로 줄어들고 개표 완료 시점에는 바이든 후보가 127명을 더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편투표 급증으로 배송이 지연될 경우 투표에 참여하고도 무효표로 처리되는 사례가 역대 최대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남은 선거일까지 판세가 크게 변할 수 있어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대선 결과 확정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며 혼선을 빚고, 자칫 대선 불복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메릴랜드대 정치학자인 마이클 한머는 WP에 선거 관리당국과 유권자 모두 전염병 대유행 와중에 처음으로 새로운 투표 방법을 채택하다 보니 혼선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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