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산불 피하려 차로 대피했던 10대 소년 개 끌어안은 채 참변

입력 2020-09-12 11:46   수정 2020-09-14 10:51

美산불 피하려 차로 대피했던 10대 소년 개 끌어안은 채 참변
소년 할머니도 다른 차에서 숨져…한밤중 잠자다 긴급 대피하기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서부를 휩쓸고 있는 대형 산불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안타까운 사연들도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집과 전 재산을 잃은 채 갈 곳 없는 처지가 됐고, 10대 소년이 차 안에 개를 끌어안은 채 목숨을 잃기도 했다.
오리건주에서는 13살 소년과 이 소년의 할머니가 산불로 숨지고, 소년의 엄마는 중태에 빠진 가족이 나왔다.
와이엇 토프티는 오리건주 매리언카운티에서 일어난 산불로 지난 8일 차 안에서 개를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됐다고 CNN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족들은 토프티가 차 안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해 대피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프티의 71세 할머니도 불에 탄 다른 차 안에서 발견됐다. 할머니를 구하려던 토프티의 엄마는 목숨을 구했지만 전신 화상을 입고 위중한 상태다.
불길 속에서 아들과 아내, 장모를 찾으려 돌아다니던 토프티의 아빠는 집으로 걸어가고 있던 아내를 심한 화상 때문에 알아보지 못한 채 '아내와 아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당신 아내다"란 말에 그는 그제야 아내를 알아봤다.
유족들은 숨진 토프티에 대해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 낚시를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비디오게임을 했다. 사랑스럽고 예의 바른 소년"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자인 낸시 해밀턴은 지난 9일 차를 타고 산불이 휩쓸고 간 베리크리크 지역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몇 가족을 집에 데리고 있는 해밀턴은 산불로 집이 전소된 친한 친구의 할머니(80) 집을 촬영했다.
해밀턴은 "할머니가 적어도 집이 사라졌다는 걸 알도록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이 집이 불타 버렸는지 알지 못한 채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빅크리크에 살던 토비 웨이트는 '크리크파이어'로 집을 잃었다. 웨이트는 "우리는 이제 유목민이다. 우리는 더플백을 챙겨왔고, 너무 오래 머물러 사람들이 싫어하게 되면 다음 집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베리크리크에서는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야영지 '캠프 오지쿠'가 산불로 파괴됐다.
워싱턴주 그레이엄에 살던 대럴 허드도 산불에 집을 잃었다.
그는 지난 7일 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대럴은 "그가 문을 잡아당기며 도망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약간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5분 뒤 나는 밖으로 나왔고 산불이 나무들 사이로 다가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럴은 다행히 불길을 피했지만 그의 집은 돌무더기로 변했다. 그는 "저 돌무더기 어딘가에 우리 어머니의 반지가 있다. 그게 내 가슴을 찢는다"며 "나머지는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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