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도 녹이는 금성에 생명체 존재?…대기서 '생명체 가스' 포착

입력 2020-09-15 10:06  

납도 녹이는 금성에 생명체 존재?…대기서 '생명체 가스' 포착
혐기성 생물서 내뿜는 '포스핀' 확인했으나 생명체 존재는 미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쌍둥이 행성이지만 표면의 평균 온도가 464도에 달하는 금성의 대기에서 지구의 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혐기성 생물이 내뿜는 것과 같은 가스 분자가 포착돼 생명체가 실제 존재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명체 존재가 확인된 것이 아니고, 생명체에서 나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지만 짐 브라이든스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이를 외계 생명체 탐색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유럽남방천문대(ESO)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카디프대학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금성 대기 구름에서 인의 수소화합물인 '포스핀'(phosphine·H₃P)을 발견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를 통해 발표했다.
포스핀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배출하거나 산업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금성 표면은 납도 녹일 만큼 뜨겁지만 높은 대기에서는 강산성을 견딜 수 있는 미생물이 떠다닐 수도 있는 것으로 예견해 왔으며, 포스핀이 이런 미생물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브스 교수는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있는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을 이용해 금성 55~80㎞ 상공의 구름을 분광 분석하는 과정에서 포스핀을 처음 찾아냈으며, 이후 칠레 북부 사막에 설치된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로 확인작업을 거쳤다.
두 망원경 모두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긴 1㎜ 파장으로 금성 대기를 관측했다.
연구팀이 금성 대기 중의 포스핀이 분자 10억개 당 2개(2 ppb)에 불과한 극미량만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포스핀의 존재가 생명체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성 대기 중 산도가 강해 포스핀이 곧바로 파괴되는 점을 고려하면 무언가가 포스핀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수소와 인으로 된 포스핀이 햇빛이나 표면에서 떠오른 광물, 화산, 번개 등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으나 기껏해야 망원경으로 관측된 양의 1만분의 1 정도밖에 못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서는 박테리아가 광물이나 생물 물질에서 인을 빨아들이고 수소를 덧붙여 포스핀을 배출하는데,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와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대기 중 포스핀의 근원이라는 점은 같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포스핀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생물적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실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아직도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금성 대기 중 상층부는 온도가 30도밖에 안 되지만 산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ESO 천문학자 레오나르도 테스티는 논평을 통해 "암석형 행성에서 포스핀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로는 금성에서 비생물학적 요인으로 포스핀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배제됐다"면서 "금성 대기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면 우주생물학에서 큰 성과인 만큼 추가 관측과 이론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 탐사에 집중해 온 NASA도 이번 포스핀 발견을 계기로 금성 탐사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은 트윗을 통해 "이제 금성에 우선순위를 둘 시기가 됐다"고 밝혔으며, 과학임무 담당 책임자인 토머스 주부큰 부국장도 "금성은 생명체 탐사에서 중요한 행성이 아니었지만 흥미로운 행성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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