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재 '아브라함 협정' 다음 차례는…사우디에 쏠린 시선

입력 2020-09-16 11:30  

트럼프 중재 '아브라함 협정' 다음 차례는…사우디에 쏠린 시선
로이터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 이스라엘에 미묘한 입장 변화 주목"
사우디, 공식 성명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하려는 노력 지원"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15일(현지시간)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해 이번 협정의 범위가 다른 아랍 국가로 확대될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중동 피스 메이커'를 자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협정 서명식을 진행하면서 5∼6개 국가와 이스라엘 간 추가적인 평화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이 체결한 협정에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수니파 대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적당한 시기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이번 협정 체결을 전후해 이슬람 종주국이자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인 사우디가 이스라엘에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는 점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이 부분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띈 것은 지난 5일 이슬람의 최고 성지 메카에서 있었던 이맘 압둘라흐만 알수다이스의 설교 내용이다.
UAE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지 3주 지난 시점이었던 당시 TV로 중계된 설교에서 그는 유대인들에 대한 '격정적이고 맹렬한 감정'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설교 내용을 놓고 트위터 등 SNS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이어졌다.
엑서터대학 아랍·이슬람연구소의 마크 오언 존스 교수는 사우디가 이번 아브라함 협정을 자국 내 여론을 떠보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면서 열흘 전 이맘의 설교 내용 역시 그런 측면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영향력 있는 이맘을 통해 사우디 국민에게 살짝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대중의 반응을 시험해보고 정상화라는 개념을 장려해보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라마단 기간 사우디 MBC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도 주목을 끌었다. 1930∼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유대인 산파에 대한 재판을 다뤘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이 '유대인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도록 묘사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작가는 이야기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전문가와 외교관들은 이 드라마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사우디 대중의 담론이 달라진 또 하나의 증표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유대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트럼프 정부 출범 때부터 사우디와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이자 쿠슈너 보좌관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자신이 추진 중인 여러 내부 개혁의 일환으로 종파를 초월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
실제 사우디는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 UAE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첫 여객기 직항 노선 운항을 시작했을 때 이스라엘 국적기가 사우디 영공을 통과하도록 허용했다.
당시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이 항공기에 이스라엘 대표단과 함께 탑승한 쿠슈너 보좌관은 비행에 앞서 기자들에게 "역사적 비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이 열린 15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더 많은 아랍국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다른 아랍국과 달리 사우디는 무엇보다 '이슬람 세계의 지도국'이라는 위상을 고려해야 하므로 이스라엘과의 공식적인 협정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아랍국에 주재하는 한 외교관은 "살만 현 국왕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이스라엘과의 공식 협정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아브라함 협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지 않고서는, 이 지역에 어떠한 평화도, 안전도, 안정도 달성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사우디도 내각 성명에서 "사우디 왕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국제적으로 적법한 결정과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에 준거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공정하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모든 노력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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