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우호 메시지 던졌지만…관계 개선 낙관 어려울 듯

입력 2020-09-24 16:28   수정 2020-09-24 17:55

日스가, 우호 메시지 던졌지만…관계 개선 낙관 어려울 듯
문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서 '쟁점현안에 일관된 입장' 피력
"다음 총선까지 한일 관계에서 큰 변화 기대 어려워" 지적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새 내각을 맡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을 연 것이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약 20분간 한국 요청으로 성사된 문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을 마친 뒤 본인이 직접 관저 출입 기자단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핵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었고, 그다음으로 언급된 것이 역사 인식 문제를 둘러싸고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양국 관계였다.
그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 등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스가 총리는 "일한(한일) 양국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며 일한, 일미의 협력은 중요하다"라고도 언급했다.



'매우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으로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내각 계승을 표방한 스가 내각의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 보면 속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전화회담을 하는 시간에 진행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한일 간의 쟁점 현안에 대한 요지부동한 입장을 확인했다.
한국이 중요한 이웃나라임을 전제하면서 징용 문제 등에는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백지화한 박근혜 정부 시절(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와 2018년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국가 간 약속과 국제법을 어긴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한국 측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선 1965년 양국이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배치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는 청구권협정 상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해결됐다'는 문구를 근거로 징용피해자 배상 청구 문제도 국가 간에는 이미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아베 전 총리가 이끈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대법원 판결에 따른 원고들에 대한 배상 문제를 일본 측에 따지지 말고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스가 총리도 관방장관 시절에 "청구권협정은 국제조약이고,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나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이 준수해야 하는 국제법의 대원칙"이라며 "한국 대법원판결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만들어낸 것은 한국 측"이라는 시각을 보여왔다.
그는 또 한국 정부는 삼권분립이나 사법권 독립을 주장하지만 모두 한국 국내의 문제일 뿐,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1965년 양국 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 상황을 만든 것은 한국 측에 있는 만큼 사태 해결의 열쇠는 한국 측이 쥐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런 시각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전회회담 내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스가 총리가 "한일 양국 관계가 과거사에서 비롯한 여러 현안으로 어려운 상황이나, 문 대통령과 함께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부분에 들어 있는 '미래지향적'이라는 대목이다.
현 일본 정부가 얘기하는 '미래지향'의 의미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1998),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한 '간 나오토 담화'(2010년) 등을 통해 과거를 충분히 반성했다는 시각이다.
'할 만큼 했으니 과거를 접고 미래를 보자'는 의미로, 일제 식민지배 시절에 일어났던 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피해자 관점에서 제대로 정리하고 가려는 현 한국 정부 입장과는 극명하게 배치되는 것이다.



두 정상이 첫 전회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놓았지만, 그 방법이나 각론을 두고는 여전히 커다란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일각에선 아베 노선 계승을 표방한 스가 총리가 설령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다소 다른 시각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당장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 자민당 내 5개 주요 파벌의 지지를 얻어 총리 자리에 오른 스가가 국민 총의가 반영되는 총선을 통해 자신의 정치색깔을 낼 수 있는 집권기반을 다지기 전까지는 기존 노선에서 한 치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일 외교문제 전문가인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현립대 대학원 교수는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같은 이념주의자인지, 아니면 실용주의자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다음 총선 전까지는 한일 관계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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