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사태, 베네수엘라 따라가나…루카셴코, 취임 강행

입력 2020-09-24 18:03   수정 2020-09-24 20:09

벨라루스 사태, 베네수엘라 따라가나…루카셴코, 취임 강행
야권 대선불복 시위 와중 6기 취임…미국 등 서방 "인정못해"
야권 시위 약화 조짐…러시아 지원 업은 루카셴코 '마이웨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통치해오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란 별명까지 얻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전격 취임했다.
취임식은 사전 공고도 없이, 통상적으로 해오던 국영 TV 생중계도 없이 상·하원 의원 등 수백명의 친정부 인사들만 참가한 가운데 비밀리에 진행됐다.
대규모 선거 부정 의혹으로 야권의 저항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행된 루카셴코의 6기 취임에 수천 명의 시민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미국, 독일, 영국,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주요국들은 루카셴코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루카셴코는 그러나 옛 소련 '형제국'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자진 사퇴와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또다시 5년간의 집권을 이어갈 태세다.
지난달 9일 대선 이후 거세게 일었던 야권의 선거 불복 시위는 갈수록 힘이 빠져가는 모습이다. 한때 15만명을 넘었던 야권 시위 규모는 지난 주말에는 5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무엇보다 시위를 이끌어갈 뚜렷한 정치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 야권 저항 운동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대선에서 루카셴코에 대항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신변 위협으로 이웃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성명 등을 통해 국내 야권에 지속적 저항 운동을 촉구하고 서방 국가들에도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치 경력이 없는 가정주부 출신의 그가 정권 교체 혁명을 이끌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티하놉스카야의 제안으로 구성된 벨라루스 야권 조직 '조정위원회'도 와해 직전이다. '정권 찬탈' 혐의를 씌운 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로 7명의 간부회 임원 가운데 6명이 체포되거나 해외로 도피했다.
노벨문학상을 탄 반정부 인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아직 체포되지 않고 남아있으나 고령(72세)과 지병으로 직접 정치 활동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구심점 역할을 할 확실한 지도자가 없는 야권의 저항 운동은 루카셴코 대통령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루카셴코 정권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제재를 경고해온 서방도 우크라이나 사태 때와는 달리 벨라루스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벨라루스 내에 친서방 세력이 확실히 구축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이미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또 다른 '대결 전선'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 통합(Union State)까지 추진하고 있는 벨라루스-러시아 관계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관계 보다 훨씬 더 밀접하다.
러시아의 지원 약속은 루카셴코를 떠받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벨라루스 야권 시위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 급하게 러시아를 찾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군사·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푸틴의 지원을 보장받은 루카셴코는 이후 야권에 대한 탄압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벨라루스 사태가 남미 베네수엘라 시나리오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한다.
2018년 대선에서 승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운동으로 한때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군부의 충성과 러시아, 중국 등의 지원에 힘입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예상 밖의 상황 반전이 없는 한 자국 내 군부의 충성과 러시아의 지원을 잃지 않고 있는 루카셴코도 한동안 이어질 야권 시위에도 계속해 대통령궁에 머물 확률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단 취임에 성공한 루카셴코는 그동안 타협책으로 야권에 제시해온 대통령 권력 분할 개헌과 국민에 대한 시혜적 경제 정책 추진 등을 통해 분노한 민심을 잠재우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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