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시행 석달…15세 포함 28명 체포

입력 2020-09-30 08:00  

홍콩보안법 시행 석달…15세 포함 28명 체포
'무엇이든지 조사' 국가안전처 활동 본격화
"최소 7명 수배"…경찰 "홍콩 독립 외치면 체포"
대만 망명 시도 12명은 체포돼 중국에 구금 중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 6월 30일 밤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석 달 간 28명이 체포됐다.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들 중에는 대표적인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와 우산 혁명의 주역인 아그네스 차우(周庭)를 비롯해 15세 청소년도 있다.
이 법을 피해 지난달 대만으로 밀항하려던 민주화 인사 12명은 중국 해경에 체포돼 현재 중국에 구금돼 있다.
지난 7월 말에도 5명의 또 다른 홍콩 시위 참여자들이 대만으로 밀항하려다 해경에 체포됐다고 대만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홍콩보안법 시행에 앞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극소수에게만 적용될 것"이라며 일반 시민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석 달 홍콩인 대다수의 일상에 영향을 끼친 것은 홍콩보안법이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하지만 경찰은 10월 1일 국경절에 홍콩보안법이 금지하는 시위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수면 아래 숨죽인 불만이 많이 포착됐다는 의미다. 소셜미디어에는 지난 1년여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과 중국에 구금된 12명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퍼져나가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 무소불위 권력 가진 국가안전처…"어떤 조사도 가능"
홍콩보안법 시행과 동시에 홍콩 경찰 내에는 홍콩보안법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국가안전처'가 설립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가안전처에는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를 조사, 체포, 심문하고 관련 작전을 수행하는 등 6가지 직무가 주어졌으며,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8가지 권한이 주어졌다.
이에 대해 사법부의 경찰 견제 역할을 없애고 경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공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 빈과일보는 지난 29일 "국가안전처가 최소 7명에 대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경찰은 10월 1일 국경절 도심에서 게릴라 시위가 벌어질 것에 대비해 경력을 6천명 배치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오가는 시위 독려 메시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9일 보도했다.
국경절에 국가안전처 요원들도 현장에 배치될 것이냐는 SCMP의 질의에 경찰 고위 관계자는 국가안전처는 별도의 업무가 있다면서도 "홍콩 독립" "홍콩 해방"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그런 구호가 적힌 물건을 소지한 경우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CMP는 "국가안전처가 어떠한 조사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조슈아 웡 3번째 체포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이 지난 24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3시간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그가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홍콩보안법 위반이 아니다. 그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 5일 불법 집회에 가담하고 복면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 각각 최대 5년형과 1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혐의다.
앞서 당국은 홍콩보안법이 소급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미 라이와 아그네스 차우 등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자 조슈아 웡의 체포도 시간 문제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웡은 당일 보석으로 석방된 후 "끝까지 저항하겠다"면서 "중국과 홍콩에 구금돼 분투하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경찰에 체포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웡은 경찰의 잦은 체포와 보석 석방을 두고 민주화 운동가들이 해외로 나갈 수 없도록 감시하고 방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야권 등에서는 홍콩보안법의 가장 큰 피해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을 꼽고 있다.
당장은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 실업률 상승으로 홍콩보안법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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