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 닭꼬치 먹어도 만원 지원' 일본 외식장려책 허점(종합)

입력 2020-10-07 14:42  

'3천원 닭꼬치 먹어도 만원 지원' 일본 외식장려책 허점(종합)
허점 공략법 사이트도 등장…영세업체는 장려책서 배제되기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강행한 외식 장려 정책이 허술한 설계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로 인해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부터 음식점을 예약한 이용자에게 1인당 한 번에 최대 1천엔(약 1만1천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부여하는 '고투 이트'(Go To Eat) 포인트 제도를 시행 중이다.
다베로그(食べログ)나 구루나비(ぐるなび)와 같은 음식점 인터넷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고투 이트 참가 식당을 예약하면 예약자 수에 따라 1인당 점심 500엔, 저녁 1천엔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렇게 획득한 포인트는 고투 이트에 참가하는 업체에서 식사 비용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다.
식비의 일부를 음식점에서 쓸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로 돌려줘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저녁 식사 비용으로 세금 만원 정도를 지원해주면 소비자가 2만원이나 3만원, 혹은 그 이상을 소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추진한 정책이다.
하지만 포인트 지원 최소 소비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고 소비액과 상관없이 예약자 수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 허점으로 드러났다.
저녁 식사를 예약하고 식당에서 1천원 이하의 메뉴를 주문하면 차액을 고스란히 현금성 포인트로 모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닭 꼬치구이 2개 한 세트를 298엔(세금 포함 시 327엔) 균일가에 제공하는 체인점 '도리키조쿠'(鳥貴族)에서 저녁을 예약하고 1세트만 주문하면 673엔(1천엔-327엔, 약 7천400원)의 차액을 챙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도리키조쿠 매장 여러 곳을 돌며 음식을 한 세트씩만 주문하면 상당한 액수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등장했다.
쌓인 포인트는 결국 고투 이트에 참여하는 음식점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식이라면 소비자가 자신의 돈은 거의 쓰지 않고 세금으로 외식을 하게 되는 셈이다.
트위터에서는 '도리키조쿠 마라톤'이라는 용어가 회자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도리키조쿠에서 음식을 1개만 시키면 1천엔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이를 '도리키조쿠 마라톤', '도리키 연금술'이라고 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비자는 정부, 예약 사이트, 가게가 결정한 규칙에 따라 '폭익'(暴益)을 추구할 뿐이다. 도리키조쿠가 곤란하다면 막으면 될 뿐"이라고 썼다.
인터넷에는 예약 업체별 포인트 지급 시기, 포인트 사용 기간 정보, 결제 수단에 따른 혜택 등 이른바 고투 이트 공략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음식점은 예약 사이트 운영 업체에 손님 1명당 200엔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예약이 들어오면 그만큼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로 인한 부담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

도리키조쿠 홍보 담당자는 같은 날 여러 매장을 예약해 이동하며 이용하는 손님이 있다면서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음식을 1개만 주문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 때문에 결국 고투 이트를 이용한 온라인 예약은 코스 요리를 주문하는 고객으로 한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에는 "포인트를 쌓더라도 인간으로서 무엇인가를 잃을 것 같다", "이런 것을 하는 사람은 죄악감도 수치심도 없는 단지 부끄러운 사람"이라며 체리피커를 비판하는 의견이 게시되고 있다.
반면 "고투 이트는 허점투성이"라면서 제도를 설계한 당국의 책임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영세한 업체들은 수수료 부담 등을 고려해 고투 이트 포인트 제도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정책에서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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