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정권 '학술회의 길들이기' 비판에 "개혁 대상" 역공

입력 2020-10-10 14:45  

日스가 정권 '학술회의 길들이기' 비판에 "개혁 대상" 역공
"퇴직 후 학사원 취업하고 종신연금" 잘못된 정보 유포되기도
정부 비판 학자 회원 임명 거부 파문…네이처까지 비판 사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정부 정책에 반대한 학자를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에서 배제해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은 이 단체를 개혁 대상으로 규정하는 등 역공을 시도하는 양상이다.
여론의 흐름을 돌리기 위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지만,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 "학술회의는 개혁대상"…스가 정권 전방위 공세
10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은 일본학술회의를 행정개혁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전날 밝혔다.
그는 기지회견에서 "예산·기구·정원에 관해 성역 없이, 예외 없이 본다. 확실하게 보고 싶다"며 일본학술회의 운영이나 조직 등을 검증할 것임을 예고했다.
일본 정부가 2020 회계연도 기준 약 10억엔(약 109억원)으로 반영한 학술회의 예산의 사용 방식이나 약 50명의 상근자가 있는 사무국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집권 자민당은 학술회의의 존재 방식을 검토하는 프로젝트팀을 신설하기로 한 상태이며 고노 담당상은 당과 협력해 작업하겠다는 방침이다.
학술회의를 소관하는 이노우에 신지(井上信治) 과학기술 담당상도 9일 기자회견에서 "과학의 관점에서 사회적 과제에 관해 제언하는 학술회의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생하고 있는지 충분히 검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등 유사한 역할을 하는 서구 조직을 예로 들면서 "대부분이 비영리 단체, 독립법인격의 비정부 조직"이라며 학술회의를 정부와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과제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각료를 지낸 한 정치인은 "폐지하고 독립행정법인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9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학술회의의 존재 방식이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라면 환영하고 싶다"고 반응했다.

◇ 인사 반발 확산에 사실상 압박카드…네이처 사설로 비판
학술회의를 개혁한다는 구상은 회원 인사를 두고 스가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여론의 관심을 돌려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술회의는 추천된 후보 중 6명을 회원으로 임명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이들을 신속하게 임명하라는 취지의 요망서를 일본 정부에 송부하는 등 스가 총리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시절부터 일본 정부가 학술회의 인사에 개입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스가 정권이 내건 개혁은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 학술회의에 대한 일종의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반발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학술회의 관계자는 "먼저 임명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인데 논점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도쿄신문은 학술회의를 개혁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회원 후보 가운데 스가 총리가 6명의 임명을 거부한 것과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라며 "논점을 비켜서 비판을 피하려고 한 것"이라고 10일 사설을 썼다.
일본지구혹성과학연합 등 자연과학계를 중심으로 한 93개 단체가 "임명하지 않은 것을 우려한다. 대화로 조기 해결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며 9일 성명을 냈다.
영국 과학지 '네이처'는 6일 전자판에 실은 '네이처가 정치를 지금까지 이상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연구자와 정치인 사이의 신뢰가 세계 각지에서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며 스가 총리의 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를 예로 들었다.

◇ "퇴직하면 학사원 가고 평생연금"…왜곡 정보에 난무
일본 정부가 학술회의를 압박하는 가운데 이 단체나 회원 임명에서 배제된 학자들을 비방하는 왜곡된 정보도 나돌았다.
히라이 후미오(平井文夫) 후지TV 수석해설위원은 이달 5일 방송에서 학술회의 사람들이 "6년 동안 거기서 일하면 그 후에는 (일본)학사원이라는 곳에 가서 연간 250만엔(약 2천700만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죽을 때까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학사원 회원 130명 가운데 학술회의 출신은 30명뿐이고 학술회의 회원이 모두 학사원 회원이 된다는 것은 잘못된 설명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지적했다.
히라이는 다음날 방송에서 발언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설명했으나 그의 발언을 소개하는 트윗은 5천번 이상 리트윗됐고 학술회의 회원이 너무 대우받는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 이과 계열 대학교수는 스가 총리가 학술회의 회원 임명을 거부한 후보 6명에 관한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한 결과 피인용지수 등을 토대로 한 수치가 "국제적으로는 도저히 학자라고 말할 수 없는 수치"라며 "사상 이전에 학자로서 수준이 낮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인터넷 방송에서는 이 교수의 글을 토대로 6명을 깎아내리는 논평이 나오는 등 임명에 탈락한 이들에 대한 사실상의 비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평가의 토대가 된 수치는 분야별로 다르며 문과 계열의 경우 이과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문제의 메시지를 던진 교수는 결국 글을 삭제하고 "경솔한 투고를 반성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스가 총리는 학술회의 회원으로 추천된 105명 가운데 6명을 제외하고 99명만 임명했다.
임명이 거부된 이들은 안보 정책이나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등 앞서 아베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반대한 학자들이며 추천받은 후보 전원을 회원으로 임명하던 선례에 어긋난 것이라서 정치 권력이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각 분야의 학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학술회의는 회원 정원이 210명이고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절반씩 교체된다.
회원은 비상근 특별직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여비 및 각종 회의 참석 수당을 받지만, 학술회의는 정부에 대한 정책 제언 등의 직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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