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국수 가닥처럼 블랙홀에 먹히는 마지막 순간 포착

입력 2020-10-13 11:19   수정 2020-10-13 15:36

별이 국수 가닥처럼 블랙홀에 먹히는 마지막 순간 포착
먼지·파편 장막 뚫고 블랙홀 분출 물질 기원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은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별은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에 붙잡혀 갈가리 찢기며 먹히고 만다. 이를 '조석파괴 사건'(Tidal disruption event)이라고 하는데, 별의 물질이 국수 가닥처럼 가늘고 길게 블랙홀에 흡입되는 과정에서 중력과 마찰의 영향으로 온도가 오르면서 은하보다 더 강하고 밝은 빛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블랙홀에서 내뿜는 먼지와 파편이 주변에 두꺼운 장막을 드리우는 바람에 관측이 어려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마침내 그 비밀이 풀렸다.
유럽 남방천문대(ESO)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대학 천문학자 매트 니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약 2억1천500만 광년 떨어진 에리다누스좌(天川座) 은하에서 발생한 조석파괴 사건의 상세한 과정을 관측한 결과를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9월 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에서 AT2019qiz로 명명된 조석파괴사건의 첫 빛을 포착했으며, 이후 ESO의 초거대망원경(VLT)를 비롯한 다양한 빛 파장의 망원경을 이용해 이 빛이 더 강해졌다가 사라질 때까지 6개월에 걸쳐 추가 관측을 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블랙홀이 조석파괴 사건으로 별의 물질을 흡입하면서 동시에 물질을 내뿜어 주변에 장막을 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블랙홀이 별의 물질을 흡입하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파편을 내뿜게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별이 블랙홀의 중력에 찢긴 직후인 초기 단계에서 이를 포착해 "블랙홀이 초속 1만㎞로 물질을 내뿜어 주변에 먼지와 파편 장막을 치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면서 "블랙홀 주변 장막 물질의 기원을 밝혀내고 블랙홀을 휘감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독특한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AT2019qiz는 조석파괴 사건으로는 가장 가까이서 관측되고, 자외선과 전파, X선 등 다양한 빛 파장의 망원경이 동원된 것도 이런 성과를 거두는 토대가 됐다고 한다.
논문 공동 저자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천문학자 에도 버거 박사는 "조석파괴 사건 중의 물질 분출과 강착 과정의 직접 증거를 보는 첫 사례"라면서 "이전부터 관측돼온 가시광과 전파 방출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으나 강착과 분출이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니콜 박사는 "블랙홀이 인근 별의 물질을 빨아들인다는 생각은 공상과학처럼 들리지만 조석파괴 사건에서 실제로 그대로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조석파괴 사건을 당한 별은 대략 태양과 같은 질량을 갖고 있었으며, 질량의 절반가량을 태양 질량의 100만배가 넘는 괴물 블랙홀에 뺏겼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을 통해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인 중력환경에서 물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됐으며, AT2019qiz가 앞으로의 조석파괴 사건을 해석하는데 '로제타석'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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